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 예결위를 보면 마치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왠지 자꾸 웃음이 나오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는 휑한 바람이 분다. 우선 등장인물의 구색이 맞지 않다. 무대인 회의장에서 보이는 인물들은 민자당의원 각부처 장관·청장등 온통 「여씨성」들 뿐이다. 지난 몇달동안 자신들이 함께 만들어낸 예산안을 놓고선 마치 큰 다툼이라도 있는양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기 조차 하다.
이런 와중에 간혹 일어나는 자중지란은 더욱 가관이다. 지난달 30일의 「장관실종소동」이 한 예. 이날 저녁 회의에서 민자당소속 한 의원은 대뜸 『장관들이 다 어디 갔느냐』고 소리쳤다.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0여명의 장관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간 점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었다. 위원장이 이런 사정을 설명했음에도 이 의원은 『국사를 다루고 나라살림을 다루는게 당정회의보다 중요하지 않단 말이냐』고 흥분했다.
그러면 이들과 갈등구조를 이루며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를 꾸며줘야할 「야씨」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전부는 아니지만 회의장 밖 로비에 가면 몇명을 만날 수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든, 겸연쩍은 표정을 짓든 국회의원들이 예결위를 찾는 일은 당연하다. 다만 정부관계자, 친한 여당 예결위원들을 일부러 불러 귀엣말을 나누곤 재빨리 사라지곤 하는 점이 의아스러울 뿐이다.
내용이야 어떻든 심의속도 하나는 초고속이다. 같은 날 상오에는 전년도 예산결산안을 두드리고 하오에는 새해예산안 심의에 들어가는 「기네스북감」기록도 세워졌다. 평소 다짐대로라면 부별심사 계수조정소위활동도 하루만에 모두 끝난다. 집권당이 이처럼 법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우리 국회가 「웃음」을 안겨 주었던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여당과 일부 야당의원들이 꾸미는 금년 예결위는 단연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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