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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게임… 정부가 할 일/박명진(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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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게임… 정부가 할 일/박명진(한국논단)

입력
1994.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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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전자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산업발전위원회를 내년초에 구성하여 제도개선과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위원회의 과제로 제시된 것은 다른 산업분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규제완화등 제도정비와 지원방안과 기준을 마련하는데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색다른 것은 게임산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도록 관련부처가 긴밀하게 협조한다는 내용이 덧붙여진 점이다. 그런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일반 국민들이 전자게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이 게임산업발달에서 중요한 걸림돌이라고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전자게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정립을 위한 노력은 소비자인 일반국민보다는 수입·생산자인 업계쪽에 더 기울여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문화산업을 너무 오랫동안 산업적 마인드 없이 접근해 온 것이 약점으로 부각되면서 산업적 지원체제를 마련하고 있는 점은 좋은데 최근에는 영상산업이나 정보산업같은 문화산업정책에서 문화적 마인드가 실종되어 가는 듯한 흔적이 보이는 것이 걱정스럽다. 「수출상품」으로서의 논리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정작 문화상품의 존재이유인 정신적 양식으로서 우리 사회의 어떤 문화적 필요와 욕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정책담당자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점이 걱정스럽다.

 전자게임이 생산적인 잠재력을 갖춘 것은 틀림없으나 동시에 엄청난 파괴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자게임이 우리나라에 선보인 이후 지난 10여년간 우리가 엿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같은 파괴적 잠재력의 측면이다.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서 전자게임이란 경련을 일으킨 사람처럼 게임기단추와 조종간을 발작적으로 작동시키면서 치고, 받고, 때리고, 쏘고, 찌르고, 밟고, 죽이는 것을 일삼는 폭력과 살상의 화면에 넋을 잃고 몇시간 씩 떨어질 줄 모르는 통제불가능한 아이들의 이미지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인식의 부족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겠지만 이같은 부정적 이미지의 형성에는 업계측의 잘못이 크다. 정식수입이든 밀수의 방법으로든 무조건 팔린다는 자극적인 것들만을 사다가 우리 시장에 풀어 놓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자성이 없는 한 전자게임이 긍정적 이미지로 바뀌기는 쉽지 않고 따라서 게임산업지원을 위한 국민의 공감과 지지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외국의 경우도 사정은 우리와 유사했다. 새로운 문화가 등장할 때는 반사적으로 작동하게 마련인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도 있었던데다 영화나 텔레비전 같은 기존의 영상문화에서 그렇게도 사회적 문제거리가 되었던 중독성, 습관성, 폭력성, 반사회성등이 전자게임에서는 더 강화된 것 같았기 때문에 부모들의 경계심과 거부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전자게임에 대한 경계심이 늦추어져 가고 있는데 그것은 외국어, 역사, 셈하기등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교육적인 게임 프로그램들이나, 인지발달과 사고력을 돕는, 폭력성과 공격성이 배제된 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많은 경험적 연구들은 전자게임이 교육적으로도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더러 운동선수나 파일럿 지망생의 훈련은 물론, 화학요법중의 암환자, 신체마비자나 중풍환자, 반신불수의 어린이나 뇌손상자의 치료에 좋은 보조수단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자게임은 21세기 문화의 특징이랄 수 있는 대화형·상호작용적 문화의 선도주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문화적 함의도 크다. 예컨대 롤 플레잉, 어드벤처같은 장르가 개발되면서 「대화형 드라마」양식을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이다. 대화형 문화는 문화향수자의 생산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그 잠재력을 어떤 종류의 생산적인 참여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냐는 앞으로의 과제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자게임문화는 그 문화적 잠재력의 개발에 많은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전자게임의 오락상품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급급했던 것이 이제까지의 닌텐도나 세가같은 일본 산업측의 전략이었다면 이에 대응하는 구미국가들의 전략은 그것과 차별화된 교육·문화적 프로그램의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의 전자게임문화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규제는 없애고 지원은 아끼지 말 것이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할 것이다. 만들어진 부분보다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부분이 더욱 큰 새로운 문화이니 만큼 정부가 할 일은 일반 국민의 인식보다는 업계의 인식을 바르게 정립하는데 더욱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화산업으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라 생각된다.<서울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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