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는 무너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가 강물에 추락하는 일도 자주 있고, 자살이 많은 곳도 한강다리다. 지난 10월11일에는 아침 7시반쯤 한 30대 남자가 술에 취해 한강대교 아치위에 기어올라가 『세상 여자들이 무조건 나를 싫어해 살기가 싫다』면서 자살하겠다고 소동을 벌였다. 경찰이 출동해 차량통행을 막은후 1시간가까이 달래가지고 내려와 한숨 돌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50대 남자가 또 아치에 올라가 『일제시대 강제징용돼 숨진 아버지의 억울한 삶을 일본이 보상해야 한다』며 일본대사를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다가 붙잡혀 내려왔다. 이 때문에 한강대교는 이날 상오 내내 길이 막혔다.
경찰집계를 보면 한강대교 자살소동이 작년에 32건, 올해는 10월까지 21건이나 된다. 잠잠하다 싶으면 벌어지는 이 자살소동 탓에 골탕을 먹는 쪽은 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시민과, 울화통을 누르고 어린애를 어르듯이 조심조심 달래가지고 살려서 데리고 내려와야 하는 순경아저씨들이다. 속썩인 것을 생각하면 아주 혼을 내주고 싶지만 현행법규로는 즉심에 넘겨 며칠 구류를 살게 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사회질서가 바르게 잡혀 있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는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다가 적발되면, 「나는 휴지를 버린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옷을 입고 길에 나가 휴지를 줍는 벌을 받는다. 또 용변을 본 다음 변기에 물을 부어 씻어내리는 일을 깜박 잊고 화장실을 나오다가 잡히면 벌금으로 5백 싱가포르달러(약27만원)를 물어야 하는데, 현대식 건물일수록 물내리는 장치가 얼른 이해하기 어렵게 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물정에 어두운 사람은 용변후 변기사용법을 몰라 화장실 속에 갇힌채 진땀을 빼는 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숨막히는 사회가 싫어서 요즘은 지식층 가운데 외국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싱가포르 같은 사회보다는 좀 질서가 덜 잡혀 있더라도 조그만 잘못을 지나치게 처벌하지 않는 관대한 사회를 택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의 형편은 관용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자율적 질서에 대한 시민의 훈련이 부족하다. 지난 여름의 혹서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자를 위로하듯 유난히 아름답던 단풍의 가을을 지나 오늘은 내년 봄을 위해 갈무리를 시작할 12월의 첫날이다. 연말연시에 제발 또 큰 일이 없도록 마음을 다잡을 일이다.<편집부국장>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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