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냉대 AIDS환자 설땅이 없다/감염사실 알려지면 직장·가족으로부터 외면/일상생활서 전염 거의없어 각계서 도와줘야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제7회 세계에이즈의 날. 지난10월말 현재 국내에서 발견된 에이즈감염자수는 총3백96명(사망55명포함)이다. 에이즈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무지로 감염자를 기피하는 우리사회 분위기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감염자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중소기업사장 A씨. 그는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에이즈감염사실을 주위 친지들에게 철저하게 숨겼다. 말기상태에 이르자 그는 「병원에서 죽게 해달라」고 부탁했다.혹시 이웃에게 에이즈감염사실이 소문나 가족들이 동네에서 쫓겨날까 두려웠기때문이다.
역시 최근 사망한 B씨. 그는 87년 자신의 에이즈감염사실을 알았지만 이 사실을 자신의 가슴에만 묻어두었다. 가장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싶었다. 7년사이 그는 자식들의 혼사를 무사히 마무리짓고 죽기 몇달전에야 자신의 감염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 「가족품에서」죽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이즈환자는 우리사회에서 설땅이 없다. 에이즈감염사실이 「발각」되면 직장에서 쫓겨나고 가족과 친구로부터, 심지어 배우자로부터 외면당한다. 성접촉이라는 에이즈의 특수한 감염경로때문에, 또 치료제가 아직 없어 전염되면 다 죽는다는 이유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소름끼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수혈이나 난잡한 배우자때문에 억울하게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도 다른 에이즈환자와 똑같이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존재가 된다. 실제로 에이즈가 발병, 육체적 고통을 겪는 기간(1∼2년)은 짧지만 에이즈환자는 감염사실을 통보받는 순간부터 거의 10년이상 이런 사회적냉대 속에 살아야한다.
미국이나 유럽등 우리나라보다 훨씬 환자 수가 많은 나라에선 에이즈환자들이 자신들만의 모임을 결성, 환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사회를 향해 항변도 해보지만 국내환자들은 에이즈라는 낙인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는다. 한때 외항선원이었던 C씨(65)는 에이즈감염통보를 받자 가족과 집을 떠나 자취생활을 하다 사망했다.
서울대병원 오명돈박사는 『이같은 사회적냉대는 일반인들이 에이즈라는 병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때문』이라면서 『자신과의 외로운 내적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에이즈환자에게 가족과 친지들이 사랑과 온정을 갖고 대해야한다』고 말했다.
떳떳지못한 경로로 감염된 많은 에이즈환자들은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호소하고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에이즈환자와 함께 식사하거나 화장실·목욕탕쓰기를 거부한다. 서울대병원 최강원박사는 『에이즈바이러스는 환자의 피나 정액을 통해서만 전염되므로 실상 성관계를 뺀 일상생활에서 전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칫솔이나 면도기의 공동사용은 위험하지만 같은 상에서 밥을 먹고 목욕탕을 같이 쓴다고 해서 전염되지는 않는다. 만약 화장실변기에 환자의 혈흔이 묻어있다면 살균제(락스)로 소독하면 된다.
오명돈박사는 『어떤 무서운 전염병환자라도 이런식으로 대우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이제 종교·사회단체들이 앞장서서 에이즈환자를 육체적·정신적으로 도와주어야 할때』라고 강조했다.【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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