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간 불신·견제기류 심화/향후주도권위해 「적·동지」 편가르기/결별까지 염두둔채 숨가쁜 실리전 민주당이 등원시기등을 놓고 심각한 내홍을 앓은 끝에 겨우 봉합방안을 마련했다. 단순히 의견이 분분한 차원을 넘어 심상치않은 승부의 기류까지 감지되었으나 가까스로 접합점을 찾아낸것이다. 28일의 최고회의는 5시간여의 마라톤회의끝에 『12월12일까지 투쟁하고 그 이후 등원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당내 갈등은 외형상으로는 장외투쟁론, 등원론의 명분으로 포장돼있지만, 그 이면에는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숨가쁜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민주당의 12·12투쟁에 「민족사 정립」이라는 대의명분이 힘있게 흐르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회공전, 정국파행이 장기화되면서 투쟁의 색채가 변질되고 있다는게 당안팎의 중론이다. 12·12관련자의 기소가 관철되리라는 기대는 거의 사라지고, 대신 명분과 실리를 좀더 확보하려는 시도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날 최고회의는 계파간의 힘겨루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장이었다. 격렬하게 맞선 장외론과 등원론 모두가 「민족사」 「국정」을 외치고 있었지만, 저변에는 상대의 힘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김상현 정대철고문등은 『장외투쟁에만 매달리다 새해예산 WTO 세도사건 등을 그대로 넘길 경우 국민들이 용납하겠는가』라며 등원을 주장했다. 이기택대표 이부영최고위원은 『여권이 미동도 하지않는 상황에서 장외투쟁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권로갑 한광옥최고위원등 동교동계는 『무엇보다 당이 단합해야 한다. 등원론과 장외론이 팽팽한만큼 양측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절충을 시도했다.
중도적 성향의 한 최고위원은 『불신과 견제가 생각 이상이었다.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고 앞으로 몰아닥칠 당내파고를 우려할 정도였다.
실제 심상치않은 단서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우선 주류의 틀에서 한 목소리를 내왔던 이대표측과 동교동계 사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동교동계의 불신은 한마디로 이대표가 12·12투쟁을 통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교동계는 『이대표가 12·12문제에 대해 김대중이사장과의 상의를 배제했고 김이사장의 등원론충고를 「당원 한 사람의 의견」으로 깎아내렸다』고 말했다. 동교동계는 『이대표가 이번 여세를 몰아 내년 전당대회에서 재선출되면 미련없이 갈라서자고 할지도 모른다』고 의구심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 이대표측은 『12·12로 한판 승부를 벌이려는 마당에 김이사장의 등원촉구가 나온데 이어 이대표가 오만불손하다는 권로갑최고위원의 비난이 있었다』고 동교동측의 방해를 비난하고 있다. 나아가 이대표의 일부측근은 『12·12투쟁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언제까지 「얼굴마담」에 만족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했다. 실제 일부 측근들은 『영남지역 대의원의 수가 1천8백여명이다. 호남과 중부권의 대의원 표가 갈리면 홀로서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이들은 『독자적인 당권쟁취 없이 대권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즉 대권을 위해서는 동교동계와의 결별가능성까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이 틈새를 김상현고문이 뚫고 나오고 있다. 김고문은 『이대표는 당과 재야, 그리고 김이사장까지를 12·12명분의 볼모로 잡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김고문측은 『이대표는 당의 분열을 별로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런 행태에서 이대표의 숨은 의도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이대표와 거리가 있던 개혁모임측은 오히려 이대표의 12·12투쟁노선에 적극적이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가는 당내 구도속에서 각 계파들은 12·12투쟁노선의 결정과정을 통해 「적과 동지」의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그 결과가 향후 당권경쟁에 그대로 투영될 것임은 물론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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