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있고 진지한접근… 유익한 프로로 방송프로그램에서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기는 쉽지 않다. 다큐멘터리든 드라마든 프로그램의 흥미유발을 위한 내용의 가감삭제가 어느 분야보다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적 인물을 평가하는 다큐멘터리는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정책적 차원의 교육용 역사다큐멘터리는 많았지만 심도있는 역사인식에서 출발한 작품들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KBS 1TV가 가을개편 이후 방송하고 있는 「역사의 라이벌」(토 하오8시∼9시)은 역사다큐의 새로운 포맷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물론 역사의 인식과 평가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역사의 라이벌」은 「이순신과 원균」으로 시작해 「명성황후와 대원군」등을 다뤘고 지난주에는 「정몽주와 정도전」편을 방송했다. 대립관계 혹은 승자와 패자의 관계로 규정지어졌던 역사속의 두 인물을 당시의 정치·사회적인 상황은 물론 국가위난의 상태에서 서로 다를수 있는 개인의 철학을 배경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역사의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그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라는 물음에 그의 성장배경, 환경, 학문적 줄기등 해석의 근거를 제시하고 최종적인 판단을 시청자에게 맡기는게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주입식 역사교육이 낳은 오류인 「선과 악」「흑과 백」의 논리를 가능한한 배제시켰다.
내용의 설명과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많은 연기자를 등장시키는 다큐드라마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 고유의 진지함을 잃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해설을 맡고 있는 소설가 고원정씨도 이러한 균형을 깨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역사 인물을 선정하는데 매편마다 수백년씩 격차가 있어 줄기가 다소 흐트러지고 격랑의 현대사를 다루지 않는 조심스러움이 작은 흠이긴 하지만 「역사의 라이벌」은 분명 재미있고 유익한 역사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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