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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의 조건들/정일화 편집위원(남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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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의 조건들/정일화 편집위원(남과북)

입력
1994.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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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에서 두차례에 걸쳐 대북한 경제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첫번째는 지난 10월6일  한국기업의 북한사무소 설치허용과 북한노동자 고용을 골자로 한 남북경협방안을 발표했고, 11월24일에는 10월의 경협방안에 따른 한국내의 구체적 집행을 위한 법률절차간소화 작업을 발표했다. 처음 정부가 남북경협방안을 발표했을 때 북한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를 맹렬히 비난했었다. 「전면대결을 가리우기 위한 위장선전」이라고 욕했다. 김영삼대통령은 이같은 북한측의 즉각적이고 강렬한 반발을 대한후 필리핀에서 가진 국제기자회견에서 『겉으로는 그렇지만 속으로는 북한이 더 경제협력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북한이 외형적으로 뭐라고 말하든 남북경협책을 밀고 나갈 뜻을 보였다. 이홍구부총리는 결국 착실히 후속조처를 연구하여 24일 세부안을 발표했다.

 경제는 그것이 국가간에 이뤄지는 규모라도 결국은 사고 파는 행위이다. 팔겠다는 사람이 뭐라고 하든 살 사람이 안사면 그만인 것이고 살려는 사람이 돈을 많이 주려 해도 팔기가 싫으면 안팔면 그만인 것이다. 남북은 왜 이런가. 남한은 북한에 대해 경제협력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북한은 사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면대결을 위한 위장전술』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그런 욕을 먹고도 남한은 또 『그래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경협준비를 할것이다』라며 후속책까지  발표했다. 북한은 또 욕을 해댈것이 뻔하다.

 정치라면 몰라도, 경제협력 문제로 이런  반목행위가 일어나는 것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갈 것이다. 남북한 양쪽 다 사정은 있다. 한국의 경우는 지난 40년동안 북한문제를 북한문제 자체보다는 한국의 국내정치용으로 정책을 구상하고 법을 정비해 온 경우가 많았다. 북한의 경우는 남한이라면 무조건 「괴뢰정부」나 「썩은 자본주의」로 욕을 해야 속이 풀렸다.

 북한은 그렇다고 해도  남한은 이제 좀 개선할 때가 됐다. 북한문제를  조용히 다뤄야 한다는 소극적인 뜻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것인지의 기본정책을  먼저 마련하고 이 기본정책이  2중기준이 아닌 어느 나라 어느때에도 적용될수 있는 믿을만한 것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일본에 대한  정책이 따로 있고 중국에 대한 정치 경제정책이 따로 있어서는 안된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우리가 없는 자본에 기술을  개발하고 노동력의 고급화를 이뤄 오늘날의 정치발전, 경제발전을 가져왔다면 이 과정의 경험축적을 중국이나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북한에 똑같은 철학을 갖고 수출해  이것이 그들의 발전에 공헌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중국에 경제협력을 한것이 중국에 이득을 가져오게 됐다면  북한이 왜 한국과 경협을 안하려 들것인가. 한국이 북한인권 향상에 관심이 많으면 똑같이 인도네시아의 인권향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 실천과정에서 오는 괴리는 현장해결로 얼마든지 좁혀갈수 있다. 상대방이 단순히 거절하는 것 정도가 아니고 욕을 해대는 대북한 경협제의를 다시 세부안까지 만들어 부총리가 발표하는 것은 도무지 성숙한 나라다운 정책이라고는 볼수없다. 우리가 만일 우리의 모든 이웃이 받아들일만한 경협철학을 마련하고 먼저 이를 실천해 간다면 북한이라고 왜 거절하겠는가.국내 일이건 국제 일이건 2중기준을 없애는 것이 우리사회의 핵심과제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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