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물가도 꿈틀 더심각/떠돌이 뭉칫돈 뇌관… 투기억제책등 시급 집값이 들먹거리고 있다. 91년 이후 내림세를 이어왔던 주택매매가격은 올들어서부터 상향세로 돌아섰고 전세값도 지난해 상승 폭을 크게 웃돌고 있다. 아직은 3∼4년 전의 집값폭등 악몽을 걱정할 상태는 아니지만 암운이 조금씩 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7일 주택은행에 의하면 91년 이후 해마다 0.5, 5.0, 2.9%씩 하락했던 전국의 도시주택 매매가격이 올 하반기 들어 계속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0.2% 내렸던 집값이 하반기들어 0.2% 올랐다. 서민들의 거주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에서는 오름세가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전세값도 꿈틀거리긴 마찬가지. 꾸준한 상승세 속에서도 조금씩은 월별로 등락해왔던 전세값이 올들어선 10개월째 단 한번도 내리지 않고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전세가격은 작년말 대비 4.5% 상승, 93년 연간 상승률(2.4%)의 두배에 육박해 있다. 서울은 5.2%, 특히 아파트는 8.5% 뛰었다. 지표가격이 아닌 체감가격으로 친다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한 상태다.
물론 두 자리수씩 치솟던 89∼90년에 비하면 제자리 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집값의 내림세가 끝났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오름세에 불을 당길 만한 요인들이 여기저기 잠복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집값과 직결돼 있는 전체지가와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땅값은 지금 막 꿈틀대고 있다. 92∼93년 하락폭이 2∼8%에 달했다가 올 상반기중 0.6%로 내림세가 대폭 둔화된 대도시 땅값동향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은행도 『지가의 저점은 경기 바닥점보다 1년반 정도 늦게 오며 주가가 오르면 땅값도 즉각 따라 오른다』고 설명했다. 경기의 저점이 작년 1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땅값은 지금 바닥을 거치고 오르는 과정이며 최근 주식시장 활황에 비춰 볼 때 지가상승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땅값상승은 물론 경기변동의 결과지만 문제는 경기상승폭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데 있다. 경기호조로 소득은 늘고 시중유동성은 풍성해졌는데 실명제와 종합과세등으로 돈이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통주입찰에 1조5천억원, 기업은행주식 공모에 2조원 이상의 떠돌이 뭉칫돈이 몰렸는 데 이로 미루어 볼 때 마땅한 투자처만 있으면 즉각 동원가능한 뭉칫돈이 최소 15조원 규모는 될 것이라고 금융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 돈들이 땅에 몰린다면 집값폭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대기업이나 큰 손들의 투기없이도 집값은 뛸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주택은행 경영연구실 신영섭박사는 『일반토지와는 달리 집값상승은 인플레에 의한 도시중산층의 무의식적 보상심리에서 비롯되는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인플레로 물가가 오르고 소비가 소득을 앞지르게 되면 주택소유계층인 중산층들은 오른 물가 만큼, 또 써버린 지출 만큼을 보전받기 위해 결국 집값을 올리고 전세값을 인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주택의 만성적 초과수요구조하에선 집은 주거공간이기에 앞서 하나의 자산(소득수단)이기 때문에 근로소득(월급)이 인플레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주택소유자들은 집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가구수 만큼 집을 짓는 게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결국 현실적인 집값안정의 해법은 ▲투기억제를 통한 지가관리와 ▲경기진정 ▲인플레억제에서 찾아져야 한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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