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아 태3국 순방중에 외무부 직원이 대통령내외분의 여권을 내팽개친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온국민이 깜짝 놀랐었다. 25일자 석간과 26일자 조간신문들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19일 김대통령이 호주방문을 마치고 시드니공항을 이륙하기 직전 특별기 안에서 청와대 의전담당과 외무부 여권담당이 여권 관리문제로 다투다가 외무부 직원이 「대통령 내외의 여권이 들어있는 청와대팀의 여권다발」을 탁자위에 내던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사건뿐 아니라 무역자유화연도등에 대한 외무부의 보고가 잘못돼 있어 현지에서 이를 발견한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사실을 밝혔고, 외무부에 엄중한 문책을 지시했다고 보도됐다. 이와 관련하여 외무부의 정상외교 보좌기능에 구멍이 뚫렸으며, 비외무부 출신인 대학교수들이 외무부장관과 청와대외교안보수석직을 차지한데 대한 외무부의 반발과 복지부동이 만연했다는 등등의 지적이 나왔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라고 몹시 놀랐던 국민들은 다음날 외무부측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들으며 또 충격을 받고 있다. 외무부의 여권담당 사무관은 공식·비공식 수행원들의 여권과 짐을 외무부측이 관리하기가 힘드니 청와대·공보처등 관련부처가 나누어 관리하자고 주장하다가 언쟁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 의전비서실 직원(7급)이 외무부 사무관(5급)의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외무부측은 여권다발을 탁자위에 놓았을뿐 내던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무부는 또 「허위보고」부분에 대해서도 보고내용에 잘못이 없었다면서 『밤잠까지 못자며 APEC(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을 치렀는데 복지부동이 웬말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청와대와 외무부의 싸움은 어느쪽 주장이 진실인지 아리송하지만 분명히 잘못된 부분도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을 수행한 관리들이 특별기안에서 싸우고, 주먹질까지 했다는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다. 청와대 직원이 외무부 상급관리의 뺨을 때렸다는 것은 상급·하급을 떠나 「문민시대」라는 말을 부끄럽게 한다.
청와대측이 직원의 폭행사실은 숨긴채 『대통령 내외의 여권을 내던졌다』고 발설한 것 자체가 틀렸다. 청와대팀의 여권다발에 대통령내외의 여권이 들어있었다고 해서 그런식으로 말하는 것은 청와대 스스로 대통령을 모독하는 짓이다. 여권관리, 짐 관리도 개선해야 한다. 외무부 사무관이 여행사 직원처럼 그런 일에 매달려야 하는가라고 놀라는 국민들이 많다. 청와대는 자신이 「상급기관」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합리적으로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세계화」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그런 한심한 행태로는 세계화를 향해 출발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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