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성공적… 당론도 따라올것”/“여건 달라지면 전략재고” 여운 이기택민주당대표는 대전 집회 다음날인 27일 북아현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진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신에게 답지한 격려전화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어제 하룻동안 전국에서 집회성공을 축하하고 끝까지 투쟁하라는 전화가 수백통이 걸려왔다.이것이 바로 민심이다. 여러분이 나라면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현재로서는 이대표의 흉중에 「타협」이라는 단어가 없어 보이는 듯하다.
이는 김영삼대통령과 민자당은 물론 원내외 병행투쟁을 명분으로 국회등원을 주장하는 당내 동교동계나 비주류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대표는 이날 『여건이 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말했다. 12·12 장외공세를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의 투쟁노선의 성패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여겼던 대전집회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자체평가와 자신감이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대전집회의 성공으로 이대표는 한결 여유를 가지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이대표의 행보에는 더욱 탄력이 붙게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표의 참모들은 이번주초부터 서울 부산 광주등지에서의 궐기대회를 위한 실무검토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고있다.
이제 관건은 의원들이 얼마나 이대표의 뜻을 따라 주느냐 하는 것과 장외투쟁시한, 그리고 어떤 모양으로 마무리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이대표는 주초에 의원총회를 소집, 그의 복안대로 대세를 몰아가겠다는 심산이다. 소속계파에 따라 갑론을박이 나오겠지만 대표가 의원직을 던지는 배수진을 쳤고 대전에서의 「열기」를 확인한 만큼 결국은 당론이 그를 따라올 수밖에 없지않겠느냐는 판단이다. 다만 이대표는 현재 직계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등 다른 의원들의 동반사퇴에는 오히려 부정적이다. 일괄사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자신의 사퇴를 장외공세 지속을 위한 당내 압박카드로만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산인듯 하다.
그러나 이대표측은 『공소시효인 12월12일까지 강공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시한에 탄력성을 두고있다.
한측근은 『만약 공소시효이전에 영수회담이 성사되거나 어떤 방향으로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경우에는 투쟁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대표로서도 공소시효까지 보름이상의 기간에 당내 등원파의 견제를 뚫고 줄기차게 장외공세를 견인해 낸다는 게 부담스러운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때문에 이대표는 당안팎에서 명분이 수반되는 계기가 주어진다면 공소시효 이전에라도 등원을 포함한 투쟁방향의 선회를 선언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대표는 경색정국타개를 위한 영수회담에는 긍정적이지만 이 자리에서 12·12관련자 기소등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판단하고있다. 이대표측은 이에 대비한 마무리 수순의 윤곽도 대체적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그것은 대표직 사퇴에 이은 내년 2월 조기전당대회요구로 요약된다. 기소를 관철하지 못한데 대해 당원들에게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한뒤 곧바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 동교동계와의 전면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홀로서기를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음은 물론이다.【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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