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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영화탄생 100년기획/박흥진의 명감독열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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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영화탄생 100년기획/박흥진의 명감독열전:11)

입력
1994.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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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애수·정열넘치는 영상시인/「콰이강의 다리」등 수많은 명작틈엔 「여정」같은 섬세한 작품도 영상과 음향의 시인 데이비드 린(DAVID LEAN·91년 82세로 사망)은 흔히「콰이강의 다리」(57년)「아라비아의 로렌스」(62년)「닥터 지바고」(65년)같은 대하서사극의 장인으로 기억하지만 그는 인간관계의 미묘하고 섬세한 것들을 묘사한 작은 영화에도 능통하다.

 초기작품들인 섬세하고 정열적인 로맨틱영화의 두 보석「짧은 만남」(45년)과 「여정」(55년) 고전을 충실히 영상화한「위대한 유산」(46년)및 「올리버 트위스트」(48년)등이 그런 것들로 이들은 「감정적 대작」이라 하겠다.

 린의 마지막 소품인「여정」(SUMMERTIME)은 장소가 사람을 취하게하는 작품으로 오하이오에서 베니스로 관광온 노처녀 제인(캐서린 헵번)이 이탈리안 유부남 레나토(로사노 브라지)를 사랑하게 되는 것도 베니스라는 낭만의 도시때문이라 하겠다.

 제인이 레나토와 첫 대면을 하는 곳은 산마르코광장의 노천카페. 제인은 카페에 혼자 앉아 광장을 지나가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환희와 동경에 함께 떠는데 헵번특유의 광대뼈위에 고독의 자국이 역연하다. 뒤테이블에 앉아서 제인을 감상하는 레나토는 그녀의 구두뒤축 위로 드러난 발뒤꿈치를 보고 야릇한 매력을 느낀다.

 시적 정열로 작품을 가득 채우는 린은 못이룰 사랑을 하는 연인들의 작은 동작과 마음의 섬세한 흐름을 아름다운 베니스를 배경으로 정성들여 세공하듯 그리고있다. 헵번의 민감한 연기와 황홀한 그림엽서같은 촬영(잭 힐디야드) 그리고 서정적이면서 애수가 깃든 음악(알레산드로 치코니니)등이 모두 빼어나다. 아카데미감독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기차를 타고 멀어져가는 제인과 레나토의 손길은 끝내 닿지못한채 하얀 가디니아를 들어보이는 레나토를 향해 제인이 손키스를 보내는 라스트신과 제인이 휴대용 촬영기로 베니스풍경을 찍는다고 뒷걸음치다 원피스자락을 날리며 운하에 빠지는 장면은 잊혀지지않는 추억의 장면.

 영화를 「미지의 세상에로의 길떠남」이라던 린은 작품하나 만드는데 수년씩 소비했다. 로맨틱하고 의지가 강하며 오만하고 독재적이어서 교향악단의 지휘자로 비유되기도 했다. 영국 크로이든에서 출생한 린은 어릴 때 가정부에게서 영화얘기를 듣고 매료돼 영화를 죄악시하는 퀘이커교도 부모 몰래 극장을 드나들었다. 학교를 중퇴하고 18세때 고몽영화사에 들어가 차나르는 일을 하면서 영화를 배웠다. 처음에는 편집으로 시작, 42년 전쟁드라마「우리의 몸을 바쳐」로 감독 데뷔, 격찬을 받았다.

 70년「라이안의 처녀」가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으면서 영화계를 떠났던 린은 14년뒤인 84년「인도로 가는 길」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자신이 「미쳤다」 또는 「죽었다」는 낭설을 뒤집어엎기 위해서였는데 아름답고 큰 작품으로 9개부문서 아카데미상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의 개봉에 맞춰 린은 엘리자베스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다.

 2차례 아카데미상(「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과 미영화협회(AFI) 생애업적상(90년)을 받은 린은 자기작품중 16편으로 모두 27개의 아카데미상을 따냈다.

 데이비드 린이 세상을 떠남으로써 화면을 압도하는「커다란 장면」을 만들던 장인들은 이제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미주본사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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