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빈부격차 해소·실업률 줄이기 “풀어야할 과제”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된 지 만 4년이 지났다. 세계대전의 패배와 냉전의 멍에로 강요된 분단현실을 게르만민족은 스스로의 힘으로 떨쳐 낸 것이다. 하지만 통일의 감격은 오래 못가, 지난 4년동안 독일과 독일인들은 낡은 체제의 묵은 때를 벗기는 세계 역사상 초유의「실험」에 혼신의 힘을 바쳐야 했다. 분단된 경제, 갈라진 마음을 다시 하나로 추스르고「잃어버린 40년」을 되찾기 위해 독일의 근로자 기업 정부가 쏟은 노력을 하나하나 추적해 본다.【편집자주】
『산업생산, 노동생산성, 설비의 자산가치등 동독경제의 모든 부문이 하루아침에 통일전의 30% 수준으로 내려앉을 줄이야…』통일직후 독일국민들은 분단40년이 남긴 상처가 이토록 깊고 크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도로 철도 통신등 사회간접시설은 대부분 분단이전에 건설된 것을 적당히 보수만 하며 쓰고 있었다. 최종적인 산출량만 중시하는 계획경제의 속성때문에 공해문제에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산업폐수는 그냥 방출돼 마구 흘러넘쳤다.
실업없는 「평등사회」를 구축한다며 근로자 10명중 3명이 사실상 일않고 월급받는 만성적인 초과고용이 용인되고 있었다.
연방 및 주정부가 현재 동부지역에 무려 3천의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중이며 지난 3년간 새로 연결한 전화회선이 분단 40년동안 가설한 숫자보다 휠씬 더 많을 만큼 동독경제는 피폐 그 자체였다.
수백억마르크를 들여 손질했다는 동부지역 철로에는 아직도 낡아빠진 나무침목이 깔려있어 시속 60이상 달리기 어려운 곳도 많다.
신탁관리청은 도산위기에 부딪친 동부지역 기업 1만4천여개를 살리기 위해 무려 3천억마르크(약1백50조원)의 손실을 감수하고서야 새 주인을 찾아줄 수 있었다.
분단경제의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해 지난 4년간 독일이 치른 부담과 고통은 엄청났다. 국민들은 가구당 줄잡아 1천5백∼2천마르크(75만∼ 1백만원)의 세금부담(연간)이 늘어나 허리가 휠 지경이 됐다.
근로자들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임금인상을 받아들여 대부분 실질소득의 감소를 감내하는 형편인데다 실업 또는 반실직자수가 서독에서만 통일전보다 1백50만명이나 늘어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연방정부는 매년 총 예산의 4분의 1을 옛 동독지역 회생에 쏟아부었고 그 결과 공공부문의 재정적자가 95년엔 무려 2조2천억마르크(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89년 국제금융시장에 1천1백억마르크를 공급해 준 「경제강국」 독일이 통일후 2년이 지난 92년엔 4백억마르크를 꾸어가는 채무국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독일경제가 전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자 영국 프랑스등 유럽국가들은 무리한 고금리정책을 고집해 「통일후유증」을 이웃나라에 수출하고 있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을 정도였다.
앞으로 쏟아부어야 할 「통일비용」도 어마어마하다. 독일경제연구소(DIW)의 재정전문가 타이히만박사는 오는 2000년까지 10년간 ▲민영화등 직접비용 ▲주민생활 격차해소 ▲자본현대화 투자등에 모두 2조마르크(1천조원)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계산은 매우 현실적인 추정이라고 말했다.
타이히만박사는 『그러나 이 액수는 결코 부담만이 아니며 새로운 독일의 미래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투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들어 독일경제가 침체의 바닥을 차고 되살아 나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베를린공과대학생 칼 슈르씨(23)는 『예산감축 탓에 연 5백마르크가량 학비부담이 새로 생겼다』면서도 『곧 어려운 형편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독출신 세관장 뵐커씨(58)는 『경제가 오래지 않아 나아질 것이라는 총리의 말을 한동안 의심했는데 이젠 믿을 수 있다. 참고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연방경제부의 통독담당관 토마스 질케씨는 『콜총리의 1대1 화폐통합이 동독경제를 더 심하게 망친 면도 있지만 당시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전문가들도 대부분 인정한다』면서 『길어야 10년이면 동서격차가 완전 해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독일 경제학계에서 「5현」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킬경제연구소의 호르스트 지버트소장은 『통일이란 거대한 투자와 혁신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현재 서독의 8%에 불과한 동독 GNP(국민총생산)가 인구비례(4분의1)에 맞게 늘어나면 동부지역의 정상화만으로도 통일독일은 무려 20%가까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40년 분단이 남긴 폐해와 맞서 싸운 독일국민들은 이제 통일이 결실과 수확을 약속하는 현실로 다가 올 것이라는 희망에 차 있다.【베를린=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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