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독서」를 취미라고 대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일상의 생활이 돼야할 독서가 어떻게 취미가 되느냐는 반론이 나오고, 그런 사람을 우습다는 투로 보는 풍토가 생긴 뒤로 「독서」는 취미란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독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좋은 일이다. 한데 대부분은 그렇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독서와 밀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 재수하는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책을 상당히 읽은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동시에 짜증도 났다. 책을 많이 읽은 건 대견하지만, 「재수생이 공부는 않고」라는 학부모로서의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읽었다는 책이 아라비안나이트 전10권 등 재미 위주로 흐른 것을 확인하고는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런 책은 대학 들어간 뒤에 보라』고 충고했다. 그 순간, 독서와 밀착하려는 아들을 내미는 자신을 발견해야 했다.
물론 본고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책을 읽어야함을 알고 있다. 교과서 외에도 많은 책을 읽게하는 전기 대학교들의 본고사실시를 내심 찬성하고 있다. 작문시험의 비중을 높이고 대학생을 위한 필독 고전선정 등 일련의 노력 또한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입시생들이 『황당하다』고 표현한 지난해의 작문시험들을 보았을 때 불확실성에 빠졌다. 문제들은 대단한 상상력과 필력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요즘같은 입시위주의 풍토에서 약간의 책을 읽었다 해서 정서적으로 완벽해질 수 없을 터이고 그런 시험에 적응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최근에는 본고사가 부활된 뒤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부상한 독서안내책들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마음이 생겼다. 책 자체는 나쁠 턱이 없다. 동서 고전의 소개, 내용의 일부 게재와 해설 및 안내가 자세하다. 분석과 논리를 키워주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 한데 이런 책들이 혹시 편의적인 단편 지식의 섭취를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가 요구하고 있는 진정한 독서와 작문실력의 배양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인 것이다.
시험에 의해 강요된 독서는 진정한 독서라 할 수 없다. 그것은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그럴 경우 책과 밀접해지려는 아들을 시큰둥해 하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수능시험을 치른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설 한권이라도 편하게 읽고 영화 한편이나마 마음놓고 보게 하는 일이다.<문화1부장>문화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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