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대혼란… 연정내 불화도 전후 이탈리아 기성정치구도를 붕괴시킨 검찰의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운동 선풍에 힘입어 지난 3월 신화처럼 등장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총리가 결국은 마니 폴리테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밀라노검찰은 22일 베를루스코니총리에게 그의 소유인 피닌베스트그룹의 부패혐의 조사를 위해 법원출두를 통보했다. 좌파등 야당은 총리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했다. 총리의 부패연루 혐의는 이탈리아 금융시장을 강타, 주식값이 대폭락하고 리라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등 이탈리아 정치경제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검찰의 출두명령을 받을 때 유엔이 주관하는 국제조직범죄 소탕을 위한 나폴리회의에 참석중이었다. 1백30여 각국 대표들앞에서 범죄척결과 강력한 대책을 호소한 그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베를루스코니가 지난 3월 총선에서 정치입문 2개월만에 총리가 될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는 그가 정경유착 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기업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탈리아반도를 뒤흔든 2년여의 마니 폴리테는 구정치거물들과 유명기업인들을 줄줄이 감옥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이같은 국민적 기대를 등에 업고 막강한 재력과 언론재벌다운 뛰어난 홍보를 이용, 그가 창당한 전진이탈리아당을 최대의석으로 올려놓아 3개 우파정당 연립정부의 총리로 변신했다. 그러나 그의 기업에 대한 부패혐의를 끈질기게 조사해 온 독립적인 치안판사들은 지난 7일 피닌베스트그룹 운영을 사실상 이어받은 총리의 동생 파올로와 그룹의 회계간부를 체포한 데 이어 드디어 뇌물공여 혐의로 총리를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베를루스코니와 검찰은 늘 긴장관계였다. 그는 총리취임후 무소불위의 검찰의 반부패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7월 인권보호를 내세워 혐의자에 대한 검찰의 예비구금권한을 제한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가 법조계의 반발과 비판여론에 밀리자 이를 철회하는 수모를 겪었다.
20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그의 전진이탈리아당이 불과 6·4%의 지지만을 얻어 제1야당인 좌익민주당에는 물론 연정파트너인 국가연합과 북부동맹에도 뒤졌다. 또 연금등 사회복지를 축소해 재정적자를 감축하려는 내년도 긴축예산안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전국적인 시위도 2주전부터 전후 최대규모로 벌어지는등 이탈리아정국은 불안정한 상황이다. 베를루스코니는 21일 하원에서의 신임투표에서 승리, 긴축재정안을 강행할 방침이나 상원에서의 통과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베를루스코니는 검찰의 조사방침이 통보되자 TV 연설을 통해 『나는 부패하지 않았으며 검찰은 정치가 아닌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의회의 불신임투표에 의해서만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사임은 검찰의 혐의입증이나 의회의 불신임표결에 달려 있다. 그러나 검찰은 어느정도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정세력간의 불화로 그가 불신임될 수도 있어 베를루스코니 신화는 연내에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파리=한기봉특파원】
◎이총리 혐의는/소유그룹서 공무원에 91·92년 두차례 뇌물
이탈리아 검찰의 조사를 받게된 베를루스코니총리는 본인소유 그룹의 부패와 관련, 현재 두 건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의하면 그가 갖고 있는 피닌베스트그룹의 몬다도리출판사는 91년 2·4분기중 회계감사를 하던 세무공무원들에게 1억3천만리라(약8만6천달러)의 뇌물을 주었다. 또 92년 봄에는 피닌베스트그룹의 메디올라눔 비타 보험회사가 세무공무원들에게 1억리라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베를루스코니와 그룹중역들이 뇌물공여사건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8월 그룹간부들이 뇌물을 준 것은 사실이나 자신은 사후에 이를 보고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두 사건과 관련, 피닌베스트그룹 간부 2명과 보험회사등을 맡고 있는 동생 파올로 베를루스코니를 체포, 조사하고 있다.【이종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