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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증 정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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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증 정치(사설)

입력
199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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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국회가 벌써 3주 가까이 허송세월하고 있다. 처리해야 할 안건이 무려 1백80건이나 된다는데 개점휴업상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모양이다. 야당은 장외로 나가 투쟁하겠다고 아우성이고 여당은 단독국회운영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대립상황이 오래가다 보면 긴박감도 더러 느껴지고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는 것같다. 그럭저럭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들 뿐이다.

 정기국회치고 예산심의 하나 제날짜에 맞춰 제대로 한번 해본일이 있느냐. 해마다 그래왔던 것인데 문민시대라고 별 수 있겠느냐. 세월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텐데 무슨 걱정이냐.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같다.

 12·12사태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야당도 그렇고 단독국회 강행으로 대응하려는 여당도 마찬가지다. 예산안 통과 법정시한(12월2일)이 열흘밖에 안남았는데도 급하다고 서두는 사람하나 없다.

 이런 사태를 구경하는 국민들의 표정에서도 안쓰러워하는 기색을 읽을 수 없다. 우리네 정치판은 늘상 그랬던것 아닌가. 새삼스럽게 걱정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정치인이고 국민이고 모두가 덤덤한 표정들이다. 총체적 무력증에 불감증마저 만성화된 탓인가.

 이처럼 정치의 본무대가 수렁에 빠진 틈을 타서 여야 대변인들의 저질 「사이드 쇼」가 벌어지고 있어 더욱 가관이다. 민자당과 민주당의 박범진·박지원 양박대변인은 서로 원색적 표현으로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을씨년스런 정치판을 더욱 황폐화시키는 장본인들이다. 사인으로 주석에서도 담기 어려운 저속한 말들을 마구 뱉어내고 있다.

 대변인은 공인인 동시에 공당의 입인데 이렇게까지 전락할 수 있는가. 대변인끼리 주고받는 이런 저질 「쇼」에 대해서도 다들 무감각해졌는지 누구하나 제동을 거는 사람이 없는 것같다. 민자당이나 민주당의 대표등 지도자들도 아무렇지 않은듯 그냥 넘기고 있다. 이런걸 정치라고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만 괴로울 뿐이다. 공당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사람들이 이지경이니 정치판의 개혁과 정화는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래가지고 정치선진화를 부르짖을 수 있느냐는 한숨들이 절로 나온다. 선진국이니 후진국이니 하는 논쟁 자체조차도 부끄럽다. 누구의 잘못때문에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아무리 무력증 불감증에 젖어있다 하더라도 한번쯤 각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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