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단독」 할듯말듯·당내선 병행투쟁논/여권불동땐 「대표사퇴」등 승부수 대응 가파른 12·12대치정국에서 이기택민주당대표가 앞으로 선택할 수순은 어떤 것인가. 민자당의 단독국회추진과 민주당내의 원내외병행투쟁론이 교차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이대표가 안팎의 압박을 어떻게 돌파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의 정국상황은 이대표에게 선택을 강요하고만 있다. 민자당은 이날 단독국회를 할듯하다가 멈추는 「외압작전」을 구사했고, 민주당내에서는 원내외병행투쟁론이 제기되는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특히 김상현고문등 비주류중심의 당내이견은 이대표에게는 예기치 못했던 복병이었다. 그동안 원내외병행투쟁론이 당내에 잠복해왔지만 민자당의 반격이 시작된 시점에서 터져 나오리라고는 예견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대표는 밖으로는 여권과 힘겨루기를 하고, 내부적으로는「다른」목소리를 추슬러야 하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대표는 일단 『공격이 최선이다』고 마음을 정한듯하다. 강력한 투쟁을 벌여 여권의 반격에 대응하고 당내이견은 아예 표출되기조차 힘들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측근들의 말에서도 이대표의 결의가 확인되고 있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문희상실장) 『호랑이 등에 탔다. 호랑이를 잡기전에 내려올 수 없게 됐다』(박지원대변인)는 말처럼 이대표는 외길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드러난 투쟁일정은 기자회견(25일), 대규모 장외집회(26일∼12월3일), 가두연설회(12월3일이후)등이다. 기자회견에서 이대표는 12·12기소유예의 부당성을 논박하고 장외집회의 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김영삼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민주냐, 수구냐를 선택하라」는 식의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어 장외집회는 대전을 시발로 부산 대구 광주를 거쳐 서울에서 대규모로 열기로 했다.
이런 강공에 여권이 영수회담, 대안마련 등으로 화답한다면 이대표의 행보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12·12문제의 성격상 극적인 묘수가 나오기가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만약 일반의 예상처럼 여권이 꿈쩍하지도 않고 오히려 단독국회를 강행한다면, 이대표의 대응은 승부수밖에 없게 된다.
승부수의 내용에는 여러 견해가 있으나 「대표직 사퇴·백의종군론」이 유력하다. 대표직 사퇴는 여권에 심대한 충격파로 작용할 것이고 민주당내에도 이대표의 이미지를 묵직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 이대표 자신은 누차 강조해온『적당한 타협은 없다』는 약속을 지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일각에서 『대표직 사퇴는 당내역학구도를 고려한 고도의 책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게 무리가 아니다. 즉 이대표의 사퇴는 곧바로 내년2월의 조기전당대회로 이어지고 이대표의 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현고문등의 비주류가 이대표의 강공기조에 선뜻 동조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보다 더 강한 승부수는 의원직 사퇴이나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 의원직 사퇴는 철저한 파국을 전제로 하는데다 당내의 동조여부도 낙관하기 힘들다.
결국 이대표는 여권의 압박, 당내 기류를 보아가며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분명한 점은 선택의 범위가 외길에 가깝게 좁다는 점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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