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의식 보다 개혁여망 반영/위상강화… 대화합·중흥 과제로 불교 조계종은 21일 금산사 회주 월주스님(59)을 새 총무원장으로 선출, 개혁회의가 마련한 개혁불사를 마무리하고 종단 중흥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조계종이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번 선거의 결과가 향후 종단개혁의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점에서 총무원장 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종단 안팎의 큰 관심을 모아왔다. 무엇보다 선거전 막바지의 과열이 빚은 우려를 말끔히 씻고 별다른 불상사없이 새 총무원장 선출에 성공, 불교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이번 선거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이다.
서의현전총무원장의 장기집권체제를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너뜨리고 출범한 개혁회의는 핵심과제였던 종헌·종법의 개정과 함께 합법적인 총무원장 선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활동 8개월만에 평화적 종권이양을 완수했다. 불교계는 총무원장의 합법적인 선출을 놓고 「선거혁명」이라고 평가하고 『불교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다』며 기뻐하고 있다.
월주신임총무원장체제는 23일 원로회의의 인준을 거쳐 25일 정식 출범한다.
월주신임총무원장은 종단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사부대중의 여망을 반영하여 선출됐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를 갖는다. 지금까지 역대 총무원장의 선출은 중앙종회 의원이 선출하는 간선제였지만 이번과는 내용이 다르다. 총무원장의 영향력행사가 가능했던 중앙종회의원도 과거와는 달리 24개 교구별 선거로 뽑혔으며 각 교구별로 총무원장 선거인단을 구성해 이번 선거에 임했기 때문이다.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또 문중과 개인간의 이해를 떠나 종단 지도자를 선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교계의 「어른」들을 중심으로 관행처럼 이루어져 왔던 문중의식에 앞서 개혁불사의 실천 의지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중시하는 바람직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선거기간에 같은 문중에서 출마한 두 후보가 한때 상호비난을 시도,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불교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종책대결이 이루어져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신임 총무원장은 개혁불사의 지속적인 추진을 약속하고 있어 당분간 개혁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개혁의 와중에서 소외받고 상처받은 세력을 감싸안음으로써 종단의 대화합을 이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도 개혁불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교계의 많은 스님과 불자들은 새 총무원장의 탄생소식을 접하며 감회에 젖는 모습이었다. 이번처럼 혁명적으로 개혁위원회가 종권을 잡고, 또 평화적으로 종권을 이양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혁회의가 곪은 종양을 터뜨리는 작업을 했다면 신임 총무원장은 상처를 치유하고 새살을 돋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김철훈기자】
◎“개혁불사 더 열심히 하라는 뜻”/월주스님 당선소감
신임 총무원장에 당선된 월주스님은 『추진중인 개혁불사를 더욱 열심히 하라는 종도들의 염원을 깊이 체감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의 종단운영방안은.
『반대한 사람들의 의사까지도 적극 수렴해 종단의 화합과 중흥을 이루겠다. 이러한 뜻의 하나로 개혁불사중에 나타난 명백한 해종행위자를 제외한 징계스님들을 구제하는 대사면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불교의 재정 자립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불교는 경제적 자립을 이루어야 한다. 시주와 사찰수익금 의존자세에서 벗어나 「생산불교」로 거듭나야 한다』
―「생산불교」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시주나 사찰수입에만 의지하지 않고 재원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전외에도 재정확보 방법이 많다고 생각한다』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말해달라.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사회 활동을 많이 해왔다. 앞으로는 종단 차원에서 사회계도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 불교라는 이름만 들어도 고해에서 벗어나고 도량만 보아도 모든 사람들이 해탈을 얻을 수 있도록 다 함께 붓다의 메아리를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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