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인물묘사 이질감 증폭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의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삶을 엿보는듯한 짜릿함에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삶, 그럴 수는 없지만 이해해야 하는 삶들이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곤 한다. 이를 위해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과장하거나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시청자 설득의 논리」를 짜맞춰 간다.
SBS TV 주말드라마 「이 여자가 사는 법」(토·일 하오8시50분)은 이같은 「시청자 설득의 논리」를 잃고 있다. 호들갑스런 가정주부 유순애(이효춘)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의 갈등구조는 물론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 머지않아 친구인 유순애의 남편과 숨겨온 사랑을 내보일 방송작가 배신자(한혜숙)도, 불화의 씨앗을 품고있는 고동민(이영하)―유강애(최수지) 커플도 아직은 점잖게 행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이들이 하나같이 섬뜩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인물이어서 호기심보다는 이질감을 맛보게한다는데 있다. 또 작가의 등장인물에대한 편파적인 애증표현도 문제다.
유순애는 「여성들이 어서 탈피해야 하는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의 소유자」이며, 방송작가 배신자는 「불륜을 뛰어넘을 수 있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소유자」로 과장돼 있다. 유순애는 시아버지와 일종의 말장난인 「공―당 게임」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철없는 여자다. 반면 방송사내에서 괴팍한 독단이 능력으로 과장되고있는 배신자는 어렸을적 달동네에 산 덕에 「깨끗하지 못한 세상을 깨끗한 눈으로 바라보는 유일한 사람」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결혼하지 않는거예요』라고 말하는 순정파 여인이다.
여기에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의 PD 고동민, 남편에 대한 불만이 모두 근거있는 유강애, 자기들 생각만 하는 굴절된 신세대 커플(홍학표―김원희)등이 드라마의「시청자 설득의 논리」를 잃게 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들에게서 심한 이질감만을 느낄 뿐이다.【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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