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통·김장독 전용냉장고/가스레인지+식기세척기/오디오-비디오결합 「AV」/인체 공학형 TV-VCR/일시적 유행 「반짝상품」 양산 지적도 「쌀통과 김장독만 보관하는 전용냉장고」 「가스레인지밑에 식기세척기를 붙인 복합주방제품」「냉장실과 냉동실을 뒤바꿔 놓은 냉장고」…. 가전제품들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기존 가전제품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리는 기발하고 독특한 새로운 개념의 가전제품들이 최근 잇달아 쏟아져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이들 가전제품들은 세계 어느나라 가전제품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별종」들이다. 이들 가전제품은 불필요하게 집안공간을 차지하던 두가지 이상의 가전제품을 한군데 모아 만든 공간창조형 복합제품군과 소비자들이 제품사용시에 느끼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제품의 설계 자체를 바꾼 인체공학제품군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금성사가 지난주 한국형 냉장고의 하나로 내놓은 만능냉장고는 공간창조형 복합제품에 속한다. 이 냉장고는 냉장고내부에 쌀보관실과 2개의 김장독을 설치해 놓고 있다. 집안팎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쌀통과 김장독을 냉장고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 제품은 특히 냉장고의 상판을 제거, 분리가 쉽도록 해 싱크대와 나란히 설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방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토록 한 것이 특징이다.
동양매직이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시스콤」은 위는 가스레인지이지만 아래는 식기세척기인 복합제품이다. 오디오와 비디오제품들이 결합, 각종 AV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처럼 주방제품들도 결합을 시작, 특이한 모양의 「변종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대우전자가 내놓은 「임팩트 톱」은 TV와 VCR를 하나로 묶으면서 비디오테이프를 위로 집어넣게 하는 한편 각종 작동버튼도 위에 설치했다. 허리를 굽힐 필요가 없게 만든 인체공학제품인 것이다. 특히 이 제품은 기존 TV와 VCR등이 지켜왔던 검정색 일변도의 색상통념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 제품의 색상은 노블그린(진녹색) 프레시그린(녹색) 로맨틱화이트(진주색) 미스티블랙(검정색)등 다양하다. 컬러TV가 이제서야 자기 컬러를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보다 기발하고 보다 독특한 가전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부터 별종이 되어야 한다. 가전업체들이 운영하는 상품기획팀들은 팀의 구성이나 연구활동에서부터 여느 조직과는 판이하다.
삼성전자는 젊은 신세대 직장인들과 여성들만으로 「타임머신팀」과 「뉴터치팀」등을 각각 만들어 제품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타임머신팀의 경우 시공의 틀을 완전히 뛰어넘어서고 있다. 자기가 입고 싶은대로 옷을 입고 제품아이디어를 찾아 대학가나 시장근처를 떠도는등 자기가 가고 싶은대로 간다. 자기가 일하고 싶을때 일을 한다.
사무실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근무조건하에서 아무리 연구를 해봐도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창의성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의 주수요층인 주부들의 욕구와 밀착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전사들은 여성전담제품개발팀을 별도로 조직,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집과 똑같은 구조를 갖춘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세탁기를 돌려보고 TV를 보고 냉장고를 사용해보면서 제품개발 아이디어를 짜낸다.
특이하고 기발한 가전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가전사들의 이런 노력에 대해 일시적인 유행에 의해 탄생했다가 결국 단명하고마는 「반짝상품」들만 양산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제품 자체의 고유기능을 높여 제품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근본적인 기술개발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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