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파괴의 예술… 오랜만에 속시원한 구경”/남산외인아파트 철거하던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파괴의 예술… 오랜만에 속시원한 구경”/남산외인아파트 철거하던날

입력
1994.11.21 00:00
0 0

◎10만명 인근 육교등 몰려 환호성 연발/“발파기 방전… 재충전하느라 분리 폭파” 서울의 「얼굴」 남산을 가리고 있던 외인아파트를 폭파철거하는 장면은 서울시민들에게는 처음 보는 파괴의 예술이었다. 신기한 구경을 하려고 한남동 일대를 가득 메운 10만 시민은 『나쁜 사건만 겪다가 오랜만에 속시원한 구경을 했다』며 다시는 권력자 몇사람의 뜻으로 대대로 물려줄 우리 강토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오 3시정각 「발파」신호가 나오고 2∼3초 정적이 지난 뒤 5∼6차례 강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시민들은 거대한 먼지구름이 치솟으며 아파트 건물이 주저앉자 박수를 치며 환호하면서 남산의 새로운 탄생을 축하했다. 시민들은 2차례 발파로 외인아파트 건물 2동이 모습을 감춘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아 한남동 네거리 하얏트호텔주변은 1시간 뒤에도 혼잡이 계속됐다.

 ○…아파트 폭파철거가 A, B동으로 분리돼 연속폭파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코오롱건설측 폭파 진행요원의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충전되도록 장치한 5백볼트 전압의 발파기가 카운트다운 지연으로 방전됐기 때문. 이로 인해 A동 붕괴후 다시 5백볼트를 충전시켜 17층인 B동 건물을 발파 해체했다고 코오롱 건설측은 해명했다.

 ○…폭파버튼은  이원택서울시부시장, 이동찬코오롱그룹회장, 유근창주택협회장, 구돈회서울시 종합건설본부장, 이수복시의원, 이상득민자당의원, 석학진코오롱건설사장등 8명이 눌렀다. 외인아파트 건설주역이었던 장동운전대한주택공사장(67)도 끼여있었다. 장씨는 『내구연한 50년을 목표로 지은 건물인데 20여년만에 헐리게 되니 서운한 감정도 있다』며 『그러나 남산이 제 모습을 찾기 원하는 서울시민들의 여망에 따라 흔쾌히 폭파단추를 눌렀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산일대에는 발파 3시간 전부터 외신기자를 비롯한 5백여명의 취재진과 아마추어 사진작가, 장관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시민등 10여만명이 몰려들었다.  발파를 몇분 앞두고는 아파트와 마주보는 한남체인 건물옥상, 차도와 고가도로 위에까지 카메라와 비디오카메라를 든 시민들이 몰려들어 경찰이 통제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폭파시공사인 코오롱건설은 철거작업을 수주한 뒤 세계적 폭파철거 전문업체인 미 CDI사와 제휴, CDI직원들을 초청해 공동작업을 하면서 비장의 폭파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작업모습을 모두 녹화했다.

 47년 설립돼 세계각국에서 대형건물 4천여동의 폭파철거작업을 한 CDI사는 이번 폭파작업에 참여한 직원 대부분이 부자·형제등 혈연관계이며 폭파기술을 도제식으로 전수, 노하우의 비밀을 유지하고 있어 코오롱건설측은 기술습득에 애로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번 철거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실추된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기에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원택부시장은 이날 행사시작 1시간30분 전에 현장에 나와 종합건설본부관계자들을 독려하며 준비상황을 일일이 점검했다.

 시 관계자는 『만에 하나 폭파에 차질이나 불상사가 생기면 큰 일』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가까운 하얏트 리전시호텔의 외국인 투숙객들도 호텔건물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호텔 마당에 몰려 나와 폭파순간의 장관에 『원더풀』을 연발했다.

 ○…외인아파트 폭파철거장면 구경의 「로열석」으로 꼽힌 단국대앞 육교와 한남대교 북단등에는 수만명의 시민이 발디딜 틈 없이 몰려 「신기한 파괴」장면을 지켜봤다.

 시민들은 장관이 불과 몇분만에 끝난 것을 아쉬워하며 『육교붕괴 사고로 뜻깊은 외인아파트 폭파철거행사의 즐거움이 다소 손상됐다』고 말하기도 했다.【송영웅·이영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