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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흉물」의 교훈(장명수 칼럼: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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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흉물」의 교훈(장명수 칼럼:1746)

입력
1994.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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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산의 경관과 환경을 해치는 대표적 「흉물」로 눈총을 받던 외인아파트 2개동이 20일 폭파공법으로 해체되어 각각 8초만에 주저앉았다. 그 자리엔 공원이 조성되어 96년부터 시민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는정도 6백년 기념사업의 하나인 남산 제모습 찾기를 추진하면서 외인아파트 철거를 하이라이트로 삼았고, 축제라도 치르듯 폭파작업을 준비했다. 그 아파트에는 「경축 남산 제모습 찾기」라고 쓴 대형 현수막이 오랫동안 걸려 있었고, 건물을 단 몇초에 날려버린다는 폭파공법이 시중의 화제가 됐다. 그것은 정도 6백년사상 최대의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지은지 23년밖에 안된 연건평 1만8천평의 아파트를 폭파하는 일이 경축행사일 수는 없다. 철거비 14억원, 철거보상비 1천5백39억원을 고스란히 자신의 세금으로 부담한 시민들이 폭파장면을 쇼구경하듯 넘어가는 것은 어리석다. 현재의 정부, 현재의 서울시가 아파트 건립에 책임이 없다고 해서 철거작업을 당당하게 선전하는 것도 낯 뜨거운 일이다.

 남산 외인아파트는 지난 71년 서울주재 외국인들의 주거편의와 외화획득을 위해 건립됐다. 며칠전 TV는 그 당시 외인아파트 준공을 보도하는 대한뉴스를 보여줬는데, 아파트를 시찰하는 박정희대통령은 매우 흡족한 얼굴이었다. 박대통령이나 그 당시 관료들은 생각이 부족했으나, 나쁜 뜻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은 남산의 경치 좋은 곳에 외국인들을 살게 하는 것이 손님대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남산 중턱에 우뚝 선 16, 17층짜리 거대한 아파트가 명물이 될지언정 흉물로 규탄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외인아파트가 무너져 내리며 증언한 것은 독단과 독선의 피해다. 애국가의 한 구절을 이루는 서울의 얼굴 남산을 외국인 주거단지로 잘라내자는 단견이 그대로 시행된 것은 모든 것을 공론화하지 않고 고위층의 독단으로 처리했던 당시의 관행때문이었다. 「각하의 뜻」에 이의를 제기하는 관료와 전문가, 자유로운 여론이 있었다면 외인아파트는 다른 적합한 장소에 세워졌을 것이다.

 외인아파트는 먼지구름 속으로 허망한 꿈처럼 사라졌다. 남산은 언제 그런 흉물이 버티고 서 있었더냐 싶게 시원하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 폭파작업은 불꽃놀이가 아니고, 지도자의 독선을 영원히 장례지낸 행사로 새겨야 한다. 국정을 이끌고, 미래를 내다보는 일에는 결코 독선이 있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1천5백억원의 세금을 십 몇초에 날려버린 어이없는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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