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비해 기업·개인 더심각/한은 75∼93년 조사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개인들이 금융기관에 지고 있는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 이미 부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17일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민간부채누적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총부채(정부 기업 개인이 국내에서 금융기관에 지고 있는 빚) 잔액은 75년말 16조8백7억원에서 지난해말엔 5백58조3천3백30억원으로 35배 늘어났다. 연평균 22%씩 부채가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에 국민총생산(GNP)은 매년 이보다 낮은 20.1%씩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부채증가는 정부보다는 민간부문에서 심각하다. 정부부채는 75∼93년에 8배증가에 그쳤지만 민간기업부채와 개인부채는 각각 36배(연평균 22·3%) 1백9배(연평균 38.2%)씩 늘었다. 이로써 국민총생산에 대한 부채비율은 작년말 현재 1백23%로 미국(50%) 캐나다(60%)등을 크게 앞질렀다. 나라 전체가 한해동안 벌어들인 소득보다 많은 금액의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이익금의 절반가량을 이자로 내고 있고 개인들도 전체 가처분소득의 1할가량을 빚에 대한 이자로 갚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압축성장을 하려면 부채는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성장률을 초과하는 부채증가율, 즉 민간부채가 「과도」하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기업과 개인들은 꼭 생산과 생존을 위해 빚을 진 게 아니다. 오랜 인플레체질로 실물자산(부동산) 수익률이 높았던 탓에 기업들은 은행돈을 빌려 땅에 투기했고 개인들은 소비를 위해 대출을 늘려왔다. 인플레가 빚을 늘리고 빚이 늘어난 탓에 다시 인플레가 야기되는 악순환이 빚어진 것이다.
한은은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을 줄이고 ▲금융기관 대출관행을 개선하며 ▲무엇보다도 인플레심리 억제와 실물투기가능성을 봉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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