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산업 한국혼 심었다/“10년 역경” 전유럽진출 교두보 구축/비디오테이프 등 “음·화질 최고” 각광/「반덤핑관세벽넘기」 새 판매전략에 온힘 독일의 최대상업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오피스타운이 몰려 있는 「아라벨라 센터」는 우리 기업의 유럽진출교두보중의 하나다.
이 건물 7층에 자리잡은 SKC유럽지사는 비디오테이프 카세트테이프 플로피디스크등 정보기록매체(미디어) 생산업계의 선두주자답게 일찌감치 이곳에 판매법인을 설립, 두꺼운 유럽장벽을 헤쳐나간 모범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본사서 파견된 6명과 현지인 직원등 16명이 전부이지만 이들은 서유럽지역은 물론 냉전종식으로 중요성이 한층 커진 러시아등 동구권을 포함한 엄청난 시장을 담당하고 있다.
84년 지사설립이후 87년3월 현지법인으로 출발, 한국 미디어업체로는 유럽지역 현지법인 1호를 기록한 SKC유럽지사의 주 전략품목은 비디오테이프 폴리에스테르필름 플로피디스크등이다. 원재료인 폴리에스테르 필름을 이용한 가공품까지 감안한다면 SKC유럽지사가 취급하는 품목은 수십종에 이른다.
VTR가 세계적으로 보편화한 87년은 SKC유럽지사가 급속한 신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한 해이자 유럽의 높은 무역장벽을 실감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85년 4백만개에서 출발한 SKC 유럽지사의 비디오테이프 판매고는 87년 들어 급격한 신장세를 보였고 이는 유럽각국의 무자비한 보복관세를 촉발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유통관리 철저히
실제로 폴리에스테르필름은 유럽의 미디어업체들로부터 87년과 89년 두차례 반덤핑혐의로 제소당했고 비디오테이프는 89년부터 올해까지 반덤핑관세에 시달리고 있다. 또 플로피디스크도 지난6월부터 8·2%에 달하는 엄청난 잠정관세를 물고 있어 최소한 6개월 뒤에 있을 반덤핑관세 책정 때 또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SKC 유럽지사측은 주요품목의 판매고와 신장추세에 대해서는『현재 유럽업체들이 SKC등 한국업체의 진출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자 엄청난 관세를 부과, 시장을 만회하려하고 있다』며 한사코 밝히기를 꺼렸다.
그러나 SKC가 서유럽을 미국 다음의 최대수출시장으로 꼽고 있으며 이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성공을 거두었음은 국내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SKC측은 이같은 성공에 대해 『철저한 브랜드마케팅과 엄격한 대리점관리에 힘입은 것』이라고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다른 한국기업과는 달리 자체브랜드인 「SKC」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SKC유럽지사는 처음엔 이름있는 외국업체에 밀려 유럽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으나 꾸준한 제품인지도 제고노력을 펼쳐 5, 6년이 지난 지금에는 상당한 결실을 거두었다.
서유럽시장은 아시아권과는 달리 공테이프시장(BLANK MARKET)이 비디오테이프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제품구매 결정에 브랜드가 갖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수출은 당장에는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남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것이 SKC의 판단이었다. 또 대리점과 도소매상을 거치면서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광고비절감도 자체브랜드판매가 갖고 있는 이점이다.
네덜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유고등 4개국을 제외한 동·서유럽 전역에서 자사제품만을 독점취급토록 하는 대리점관리체계 역시 「한국상품은 싸구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SKC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한 몫을 했다. 여기에 독일의 MEDIA MARKET, 벨기에의 CORA매장등 유럽각국 유명매장에 전문판매장을 확보하는등 판매망구축에도 성공했다.
○동구공략 적극적
한편 SKC유럽지사는 서유럽에 이어 동구권시장 진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동구권은 연간 3억달러에 이르는 서유럽 미디어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마케팅정보부재로 아직 정확한 판매전략을 세우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서유럽의 까다로운 무역장벽과 이미 한계에 다다른 시장규모 때문에 SKC로서는 동구시장을 절대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EU통합으로 역외국가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특히 이들의 덤핑공세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유럽통합이후 무역환경이 좋지는 않지만 역내상호간 규제가 줄어든 것은 EU발족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효과라는 것이 SKC 유럽지사관계자의 분석이다.
EU통합이후 점차 높아져가는 유럽국가들의 수입장벽을 SKC가 어떻게 돌파해나갈것인지는 유럽진출을 노리는 한국기업들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프랑크푸르트=황유석기자】
◎인터뷰/SKC 유럽지사장 조길호씨/차세대영상매체 「MO」개발 역점/주력상품 「8㎜테이프」 경쟁력도 제고
『비디오테이프, 폴리에스테르필름이 프랑크푸르트 SKC유럽지사를 설립 10년만에 유럽비디오업계의 기린아로 부상케한 원동력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역할을 MO(마그네틱 옵틱스)라 불리는 광자기메모리가 대신할 것입니다』
SKC 유럽지사의 조길호지사장은 날로 치열해지는 비디오테이프의 가격경쟁과 새롭게 출현한 고화질 영상기기의 영향으로 4∼5년안에는 MO가 비디오 영상매체의 총아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CD(콤팩트디스크), LD(레이저디스크)처럼 음질이나 화질이 뛰어나면서도 녹화와 재생도 겸할 수 있는 MO는 영상선진국에서도 이제야 보급을 시작한 차세대 영상매체이다.
다만 아직 상용화가 안돼 값이 비싸고 첨단기술을 요하는 제품이라 대중화하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는게 MO개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향후 비디오시장에서의 MO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 이미 MO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SKC는 『선진국간의 기술경쟁이 치열해 아직 그 성과를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후발업체이면서도 지난10년간 비디오테이프에서 거둔 SKC의 기술력을 상기해 달라』는 말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만큼 이 분야에서도 어느 국가 못지 않게 기술면에서 일정수준에 올라서 있다는 말이다.
MO와 함께 SKC가 미래주력상품으로 꼽고 있는 것은 8㎜테이프. 종전의 비디오카메라보다 무게와 크기가 훨씬 줄어든 8㎜캠코더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이에 대한 수요도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MO가 비디오시장을 석권하겠지만 대중화되기에는 다소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기적으로는 8㎜테이프가 그 연결역할을 하리라는 것이 SKC의 예상이다.
지난 92년부터 8㎜테이프를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SKC는 「이중연신」기술을 개발, 비디오테이프보다 질기고 얇아야만 생명력을 갖는 8㎜테이프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에 큰 성과를 올렸다.
『공급과잉으로 빚어지는 극심한 가격경쟁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신상품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조지사장은 첨단매체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만이 최대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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