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홍콩위주서 태·미등 광역화/수법도 지능화… 수사는 원시수준 서울지검이 17일 발표한 필리핀산 히로뽕 밀수사건은 마약류 밀수루트가 광역화·다변화되고 있는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80년대 후반부터 국내 히로뽕 밀조조직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밀매조직들은 홍콩 대만등 이미 노출된 밀수선에서 벗어나 태국 칠레 미국 필리핀등지로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밀수루트가 광역화하고 있으나 수사력은 아직 공항에서 용의자의 보따리를 뒤지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외국산 히로뽕의 유입을 막기 위한 마약정책의 일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같은 필요성은 지난 5월과 10월 80억원대 태국산 히로뽕 밀반입조직과 16억원대의 미국산 히로뽕 완제품 밀수조직이 적발되면서 심각하게 대두됐다.
그동안 외국산 히로뽕 밀반입은 대만 중국산등이 이른바 보따리 장수들을 통해 홍콩 대만등에서 직수입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동남아전역과 미국 서해안·남미등으로 유입선이 확장되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한국산을 대체하기 시작한 값 싼 대만 중국산 히로뽕이 「트라이어드」등 국제 폭력조직을 등에 업고 동남아지역은 물론 미국 서해안지대로 제조지역이 넓어짐에 따라 국제적인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자 국내 밀매조직들은 거꾸로 단속이 허술한 필리핀 태국등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이 지역에서는 택시운전사나 여행안내인등을 통해 손쉽게 히로뽕을 구할 수 있다. 또 여행 자유화로 국내 공항의 검색이 완화돼 소량으로 나누어 밀반입할 경우 단속망을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는 것도 새로운 루트가 생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이번에 적발된 밀매조직들은 수시로 필리핀을 드나들며 히로뽕을 소량으로 나눠 피임기구안에 넣어 신발밑창 로션병 연고튜브 전자수첩등에 숨겨 들여오는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밀매범들은 국내 히로뽕 가격 폭등에 따라 5∼10배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외국산 히로뽕의 밀반입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처럼 원료인 염산에페드린이나 반제품을 밀수해 국내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 보다는 아예 값 싼 완제품을 밀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산 히로뽕 밀반입 규모가 국내 제조량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국내 제조·투약사범에 대한 단속과 함께 외국산 히로뽕의 밀반입을 차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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