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봉처리비까지 뒤집어 쓸판/경수로는 물론 대체에너지도 전가태세/“어차피 통일비용… 선불한셈 쳐라” 요구 북·미협상에 비판적인 미공화당의 의회장악 여파가 당장 한국에 몰아닥칠 전망이다.
워싱턴의 소식통들에 의하면 클린턴행정부는 북한 영변의 5㎿급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 처리에 소요될 최고 1천만달러의 경비조달을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에 요청하지 않고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전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 40억달러로 추산되는 경수로 2기 건설자금 대부분과 미국에 이어 북한에 제공할 대체에너지비용등 엄청난 재정부담을 떠맡게될 전망이다.
클린턴대통령은 북·미간의 제네바합의가 발표되기 하루전인 지난 10월21일 「북한 최고지도자」김정일앞으로 서한을 보내 경수로의 지원및 대체에너지제공에 관해서는 필요한 경우 의회의 동의를 받아 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클린턴은 그러나 폐연료봉의 보관및 처리비용등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미회담에 관여하는 한 미국관리는 최근 『클린턴의 서한은 한국 일본등 우방국과의 협의를 거쳐 작성된 것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자금제공 약속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폐연료봉 처리에 드는 경비가 경수로건설 비용에 비해 약소하기는 하지만 이는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대체에너지(중유) 1차분에 소요되는 5백만달러의 2배나 되는 액수로 의회의 승인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클린턴행정부는 이미 의회의 승인이 떨어진 에너지부(DOE)예산 가운데 5백만달러로 1차분의 중유를 북한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폐연료봉의 북한내 보관허용문제는 특별사찰의 연기조치와 함께 공화당 지도부의 끈질긴 공격대상 가운데 하나였다. 이렇게 볼 때 공화당의원들이 클린턴의 추가예산안을 선뜻 통과시켜줄리는 만무하다. 특히 제시 헬름즈 차기 상원외교위원장은 대외원조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해 온 강경파이다. 그보다 온건하다는 보브 돌 차기 상원원내총무도 북핵협상에서 미국이 지나친 양보를 했다며 이를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턴이 공화당에 손을 내밀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미국은 KEDO의 핵심국이 될 한국 일본등에 폐연료봉의 처리비용까지 분담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관측이다. KEDO에 대한 미행정부의 구상은 한 미 일이 중심축이 되고 여기에 아시아및 유럽국들까지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일본으로 하여금 서방선진7개국(G7)소속 유럽국들을 접촉케하는 한편 최근에는 호주에도 KEDO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EDO참여국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대북 지원금의 대부분을 떠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이 북한지역에 한국과 동일한 모델의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은 통일비용을 미리 내는 데 불과하다는 논리를 펴면서 한국측을 설득중이다. 한 전문가는 클린턴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이 지나친 KEDO분담에 반발할 경우 이들에게 미군유지비용의 상당부분을 상계해주는 방식으로 의회를 피해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네바회담에 참여했던 미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최근 북한측과의 끈질긴 협상배경을 설명하면서 「문제는 결국 돈」이라고 회고했다. 북한과의 힘겨운 협상을 마무리한 클린턴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이제 그 돈줄을 찾아 서울과 도쿄를 부지런히 왕래하며 올 겨울을 보낼 것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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