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총리 “국제무대서 확립된 개념만 사용해 정하자”/공식방문 강택민,클린턴일정 피해 발리로 피신휴가/수하르토,종일 TV생중계등 국내정치용 십분활용 지난 15일 폐막된 APEC 정상회의는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명시한 보고르선언의 채택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논란이 컸던만큼 뒷얘기도 무성하다. 김영삼대통령이 절대수정불가를 주장하던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의 고집을 꺾고 신흥공업국(NICS)분류를 선언문에서 삭제한 것이 무엇보다 화제가 되고 있다.
○…수하르토대통령이 보고르선언문에 대한 김대통령의 수정제의를 받아들인데에는 호주및 싱가포르측의 지지도 도움이 됐지만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총리의 중재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후문이다. 무라야마총리는 상오 회의에 이어 하오 회의에서도 난상토론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자 김대통령의 문제제기를 수긍하면서 『유엔등 국제무대에서 확립된 개도국과 선진국의 개념만을 사용,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정하자』고 몰아갔다는 것.
그러나 선언문 채택후 정작 우리측 관계자 사이에서는 한국이 선진경제국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오는 96년가입을 목표로 하면서 굳이 개도국으로 남아 있기를 고집할 필요가 있겠느냐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다.
○…APEC에서의 미국 주도에 노골적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지난해 시애틀 정상회의에 불참했던 말레이시아는 이번 회의기간중 수시로 태도를 바꿔 국내정치용 또는 자존심세우기용이 아니었냐는 추측을 낳았다. APEC보다는 동아시아경제협력체(EAEC) 구상에 매달리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지난 12일 끝난 APEC 각료회의에서 98년도 APEC회의를 유치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서 말레이시아의 태도가 바뀐게 아니냐는 기대와 함께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14일 있었던 수하르토 대통령주최 만찬에서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선진국만 2010년으로 정하고 개도국은 시한을 두지 말자는 일과성 제안을 해 의아심을 불러 일으켰다. 말레이시아는 또 보고르선언의 채택에 있어서도 이를 사실상 묵인했다가 15일 정상회의가 끝나자 즉시 성명을 통해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는 구속력이 없는 희망사항』이라고 비판하면서 유보입장을 표명, 종전의 태도로 되돌아 갔다.
○…APEC정상회의를 끝낸 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은 16일 김대통령이 호주를 공식방문하는등 대부분 정상이 인도네시아를 떠나는데 비해 특별한 일정없이 발리섬을 방문, 다른 정상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강주석이 발리에서 휴가를 갖게 된 것은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
이번 정상회의를 전후해 인도네시아 공식방문 일정을 잡은 정상은 김대통령과 강주석, 클린턴미대통령등 3명인데 16일은 바로 클린턴대통령의 공식방문일이었던 것. 강주석은 17일부터 19일까지로 공식방문일정이 잡혀있어 클린턴대통령의 공식방문기간에 잠시 자카르타를 피해있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유력하다.
○…이번 정상회의의 주최국인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대통령은 국가적 행사로 치러진 이번 회의를 국내정치용으로도 십분 활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하르토대통령은 주최국의 재량권을 최대한 활용, 회원국 정상들에게 전통의상인 「바틱」을 입게 하고 자신이 마치 맏형처럼 회원국 정상들을 대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이 현장을 취재한 외국기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 인도네시아 국영방송인 TV RI는 15일 정상회의 장면을 수하르토대통령을 중심으로 종일 생중계방송해 눈길을 끌었다.【자카르타=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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