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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과 한국의 활로/최창윤(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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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과 한국의 활로/최창윤(특별기고)

입력
199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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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18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된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는 APEC 회원국간 무역자유화 목표연도 설정등을 포함한 「보고르 선언」을 채택한후 폐막됐다. 정상회의에 앞서 외무·통상장관들은 2일간 각료회의를 열고 APEC 역내국가들이 추구해 나갈 경제모델을 논의, 「보고르 선언」에 채택토록 했다. 작년 11월 시애틀 정상회의를 계기로 큰 전기를 마련한 APEC은 이번 회의를 통해 가속도가 붙어 지금까지의 느슨한 협력체에서 실질적 협력체로 발전될 것이 확실해졌다.

 특히 탈냉전이후의 새로운 국가전략 모색과 함께 국제화·개방화를 통해 선진경제로의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한국엔 APEC이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회이자 활로가 되고 있음을 이번 보고르 정상회의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첫째, 수출지향적 공업화전략을 국가경영의 기조로 삼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무역·투자자유화를 표방하고 있는 APEC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해외시장확대,투자촉진, 기술교류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의 대APEC수출비중은 현재 70%로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다. 따라서 21세기의 아·태지역은 한국의 인근생활권으로 발전되어 갈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 비중은 계속 증대할 것이다.

 둘째, 무한경제경쟁시대와 더불어 지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세계무역 질서속에서 한국의 이익을 반영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협상력을 APEC을 통해 창조해 갈 수 있다. 즉 APEC은 쌍무적인 통상압력을 다자간협상으로 끌고 나가는데 유효할 뿐만 아니라 EU나 NAFTA에 맞서 한국의 입장을 방어해 나갈 수 있는 집단협력체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경제발전수준, 정치·문화·역사적 배경이 상이한 국가들로 구성된 APEC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윤활유적 역할을 함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다.

 지난 91년 3차 서울회의시 중국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던 대만, 홍콩의 가입문제가 한국의 슬기로운 외교력 발휘로 해결되었던 것은 좋은 예이다. 작년 7월 클린턴미대통령이 각료회의를 정상회의로 격상제의를 했을 때에도 당초 거부 반응을 보였던 아세안 국가들은 물론 중국 일본등이 참가결정을 하는데는 한국의 재빠른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

 뿐만 아니라 시애틀 정상회의에서 김영삼대통령이 클린턴미대통령의 간단한 개막연설 이후 첫 발제자로 기조연설을 한 것이나 한국이 무역투자위원회의 초대의장국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도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있을 회의에서 예상되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각종 마찰에 한국이 가지고 있는 중간자적 역할은 APEC발전에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다.

 넷째, APEC을 정치안보를 위한 협력체로 연결시켜나간다면 한국의 안보전략을 위해서도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작년 시애틀회의시 개별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된 예가 있다. 이번 개별정상회담에서도 북·미합의에 대한 북한의 성실한 이행, 북한의 개방, 남북대화, 그리고 동북아지역의 안정문제등이 진지하게 협의되면서 우리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끝으로 APEC은 한국의 장기 국가전략차원에서도 중요한 활로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강대국 일변도의 안보위주 외교에서 아·태지역을 주무대로 하는 다변외교, 경제안보에 역점을 두는 다원외교로 전환해 나가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80년대 후반이후 역점을 두어왔던 북방외교에서 21세기 아·태시대의 도래에 대비, 태평양진출로 국가의 진로를 잡아가는 장기포석으로도 APEC은 중요하다.

 물론 이상과 같은 기회들이 저절로 포착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규제완화, 자유화등 국제화를 향한 국내의 경제사회제도의 과감한 개선으로 내부기반부터 다져나가야 한다. 그리고 미국 일본 중국등 강대국간의 주도권 경쟁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창조적이고 독자적인 외교전략을 수립, 이를 바탕으로 대외경제정책을 선도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전총무처장관·세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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