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들은 적어도 세번은 놀라게 된다. 우선 하늘을 찌를듯 솟아 있는 고층 빌딩군의 기세. 어디까지 솟았나 고개를 쳐들고 있노라면 두번째 놀람이 화들짝 달려든다. 땅 위로 다니는 자동차, 특히 옐로 캡(택시)들은 「멍청한」구경꾼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보행자 신호라고 해서 마음놓고 건넜다가는 톡톡이 봉변을 당한다. 뻔히 신호를 보면서도 차머리부터 들이민다. 그리고서 먼저 욕지거리를 해댄다.
손님이 돼 보면 택시와 택시 운전사의 무지막지함에 다시 혀를 내두르게 된다. 범죄예방을 위해 앞좌석과 뒷좌석을 두꺼운 투명 플라스틱으로 막아놓아 에어컨이나 난방이 뒷좌석에는 거의 미치지 않는다. 또 자동차와 사람의 무리를 헤쳐나가는 그 아슬아슬함이란…. 도무지 오금이 저려 목적지까지 어떻게 도착했는지 모를 만큼 혼을 쏙 빼놓는다.
정도는 덜하지만 일반 운전자들에게서도 양보의 미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도시에선 멀쩡하게 운전예절을 지키던 사람도 맨해튼에만 들어오면 표변하는 이유를 누군들 딱부러지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번째는 땅 밑이다. 맨해튼의 지하철은 사람의 통행이 뜸한 밤늦은 시간이나 이른 아침 시간에는 이용하기가 무서울 정도로 범죄가 심각하다. 게다가 악취로 가득 차 있다. 모 연구소에서 맨해튼 지하철 역내의 악취를 분석했더니 80%이상이 암모니아 성분이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사람의 변냄새였다는 것이다. 그나마 겨울철은 견딜만 하다.
냉방장치가 거의 돼 있지 않은 맨해튼의 지하철 역 구내는 여름철이면 지옥이 따로 없다. 이용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지만 시 예산이 없어 손도 못 대고 있다.
세계 최첨단, 최대·최고의 마천루 도시라는 맨해튼도 지상교통과 지하철환경만큼은 아직 「세계최고」와 거리가 먼 것같다.【뉴욕=홍희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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