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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과 수치」(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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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과 수치」(1000자 춘추)

입력
199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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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해외출장을 갔다가 외국인들로부터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관한 인사를 많이 받았다. 특히, 일본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위로의 말을 해올때면 민족적 수치심까지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 일본에는 그런일이 없습니다만… 다리가 끊어진 시간이 나빴지요, 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를 차지하고 황영조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의기충천하던 우리가 이제는 이 어처구니없는 대참사를 당하고 나서 머리를 들 수 없게 된 것이다.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사상누각을 만들어 놓고 한강의 기적이니 뭐니 자랑을 해왔던 우리가 아니던가.

 일본이 백년의 구상을 거쳐 십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했다는 세토대교는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고 튼튼한 다리로 유명하다.

 다리의 왕복 차선을 자동차로 꽉 채운 상태에서 1천 4백톤의 하중과 함께 8도의 지진이 일어나고 최고 기록을 훨씬 넘는 초속 70의 강풍이 분다 해도 끄덕없게끔 지어졌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뉴욕의 조지워싱턴교보다 더 아름답고 튼튼한 첨단의 다리를 지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성수대교가 끊어진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싸구려 다리를 지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작 18톤의 하중이니 24톤의 하중이니 하며 싸구려 다리를 놓고 조국 근대화를 외친 것이다. 그 삐걱거리는 싸구려 다리를 보수도 관리도 않고 방치하면서 선진국 창조를 떠들어온 것이다. 언제 한번 세계 제일의 다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해본 일이 있었던가.

 지금 우리가 선진제국을 따라잡아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번 성수대교 참사라는 국치를 계기로 하여 금메달을 딸만한 다리를 만들고 이를 완벽하게 관리하려는 이상과 의지가 있어야 하겠다.<이상면 서울대교수·공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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