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송금·신용장 방식 교역 가능케/청산계정 유치도 박차 외환은행은 14일 북한의 은행들과 환거래(일명 코레스)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외환은행은 이를 위해 이날자로 은행장직속기구인 남북경협대책반(반장 조성진상무)을 구성하는 한편 환거래추진을 위한 대북접촉신청을 금명간 통일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국내은행과 북한은행간에 환거래계약이 체결되면 제3국 은행을 경유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직접 송금과 신용장(L/C)방식에 의한 교역 및 기업에 대한 은행지급보증등이 가능해진다. 환거래계약이 추진될 경우 북한측 파트너는 무역은행이나 대성은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남북경협방안이 발표된후 실물분야에선 기업들의 활발한 대북진출 움직임이 있었으나 금융계에서 구체적인 경협지원계획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외환은행의 환거래계약추진 공식선언으로 다른 은행들의 대북접촉도 보다 활성화할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이와 함께 앞으로 남북간 경제교류가 과거 동서독처럼 청산거래방식(양측은행에 청산계정을 설치한뒤 일정기간 거래된 차액만을 결제하는 것)에 의해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청산계정유치도 추진키로 했다. 또 남북경협진전여하에 따라 북한에 현지지점설치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설/성사땐 기업 은행지급보증 확보/물물교환·제3국대리인 불필요
환거래계약이 체결되면 모든 외환거래가 제3국을 경유하지 않고 해당은행끼리 직접 이뤄지게 된다. 국경을 넘어 돈이 오가는 모든 업무를 은행간 계좌를 통해 해결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근대적인 결제방식이다.
외환은행과 북한 은행간에 환거래계약이 체결될 경우 개인이나 기업은 외환은행을 통해 현지은행으로 돈을 직접 송금할수 있고 또 받을수 있게 된다. 대북교역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더이상 물물교환(구상무역)이나 제 3국 대리인을 통해 돈을 받을 필요없이 현지은행이 발급한 신용장(L/C)을 갖고 이곳 은행에서 직접 대금을 결제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입업자도 방식은 마찬가지다. 또 양측기업들은 은행의 지급보증을 받게 되므로 교역의 불확실성이나 위험성이 줄어들어 교역자체가 활성화하게 된다.
외환은행이 북한은행과 환거래계약을 추진한다고해서 당장 성사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하지만 남북경협에 정치적 부담을 안고있는 북한당국은 현재 가급적 정부는 빠지고 기업들끼리 해결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정부간 교역인 청산거래보다는 환거래교역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외환은행은 핵문제가 표면화하기 전인 92년말까지 일본 홍콩등을 통해 북한의 무역은행 대성은행등과 환거래계약체결 문제를 논의해왔다. 북한은 현재 무역은행과 대성은행을 통해 전세계 18개국 33개은행과 환거래계약을 맺고 있는데 일본은행이 18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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