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위협땐 돈 나온다” 나쁜선례로 간주/한국엔 관계감속·지원전가 득실 양면/중선승리후 “북·미합의 재검토” 선언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이 북한핵문제에 대한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문제삼을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상원의 다수당 원내총무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브 돌상원의원은 13일 미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핵협상이 제대로 된 타협인지 조사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중간선거이후 공화당진영에서 처음으로 터져나온 돌의원의 발언은 북핵문제와 관련, 공화당이 클린턴 행정부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것임을 공개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화당이 제네바 북·미합의를 도마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점은 벌써부터 예견돼 왔다. 공화당은 제네바합의이후 줄곧 클린턴행정부가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북·미합의에 대해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면 금방 돈이 나온다는 점을 적대국가들에게 알려주는 나쁜 선례』로 간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록 외교정책의 권한은 행정부가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하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측이 제네바합의내용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나가겠다고 한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원외교위원회의 새 위원장이 될 제시 헬름즈의원은 그동안 북핵문제등 미국무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가장 강한 비판을 해온 보수파의 대부로 북·미간 제네바합의에 대한 공세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올해 73세로 미의회에서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지난달 일부 공화당의원들과 함께 북·미재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클린턴대통령에게 전달하는등 북핵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이같은 전망으로 볼 때 제104대 미의회가 개원되는 내년초부터 북·미간 제네바합의는 철저한 해부과정을 거치며 클린턴행정부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상원외교위는 전체회의와는 별도로 북한핵문제를 다루는 청문회를 열 공산이 크다. 여기에서 제네바합의 내용에 미국의 이익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가 따져질 것으로 보여진다. 북·미간 합의가 불만족스럽다고 판단될 경우 상원은 최악의 경우 비록 구속력은 없다 하더라도 대북결의안 채택이라는 초강수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대북협상전략이나 지원여건 마련등 합의내용을 이행하는 각론부분에서는 일부 변화가 초래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상정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은 북·미간 관계정상화의 속도문제이다. 미의회의 대북강경기류는 북·미간 관계정상화속도를 생각보다 늦출지도 모른다. 만약 북한이 제네바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회내 강경파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미국의 북한접근속도는 더욱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북·미합의의 실천과정에서 우리입장을 반영시켜야하는 한국정부로서는 미의회의 대북강경기류가 향후 북한과의 거래에서 「괜찮은」 협상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공화당이 제네바합의와 관련된 미국정부의 재정적부담을 봉쇄하거나 삭감할 경우 우리정부의 부담이 그 만큼 늘어날 우려도 없지 않다. 미국정부에게는 대체에너지의 중유공급 비용부담문제가 여전히 미결상태로 남아 있다. 미국은 첫해 공급분 5백만달러어치만 자신이 부담한다는 입장이고 나머지는 제3국에 떠넘길 공산이 크다. 미국의 추가부담은 의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미의회가 이를 거부한다면 그 비용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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