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자금난속 수조 순식간 몰려/정부 3천6백억 초과이득… 서민 들러리만/최고가낙찰 11만원에 20주신청 개포동 20대 정부는 경제정책을 말할 때마다 「안정」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한국통신 주식입찰 결과는 그 안정의 실체가 사실은 「살얼음판위의 안정」에 불과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마치 휴화산처럼 과열과 투기가 살얼음판 밑에 잠복해 있다는 사실이 이번 한통주 입찰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번 입찰에서 최저낙찰금액이 4만7천1백원으로 일반적 예측을 크게 웃돌았다는 사실도 「투기적 과열」의 잠복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8백75만7천주 매각에 신청주식수가 2억4천7백96만주에 달해 경쟁률이 28대 1이었고 입찰보증금(입찰총액의 10%)이 1조4천5백억원이었다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투기심리에 들뜬 많은 사람들이 입찰보증금을 마련하려고 은행대출에 나서 콜금리가 1%포인트이상 오르는등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까지 했다. 통화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돈줄을 조여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투자게임을 위해 순식간에 수조원의 자금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정부는 올해 10%의 한국통신주식을 매각해 모두 1조1천1백9억원의 자금을 마련, 당초 예산상 잡은 7천5백억원보다도 3천6백억원을 더 벌어들였다. 정부가 큰 장사를 한 셈이며 정부가 앞장서 과열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66만4천명의 참가자(무효 포함)중 낙찰자는 1만5천4백여명에 불과하다. 64만8천여명의 서민들은 정보와 재력에서 밀려 아무런 소득도 없이 들러리만 선 꼴이다. 낙찰자들은 대부분 마지막날 참가한 사람들이다. 하루에 응찰가격이 1천∼2천원씩 올라가 늦게 써낸 사람이 이득을 봤고 특히 강남의 큰손들은 마지막날 응찰자들간의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 서민들이 써낸 가격보다도 2천∼5천원을 더 써내 안정적으로 낙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된 입찰결과 낙찰의 행운을 차지한 사람들은 평균 4만8천8백48원을 써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개인은 1인당 평균 5백9주를 4만8천4백74원에 신청했으며 법인은 5만2천37원에 평균 4만3천7백14주를 응찰했다. 지난 5월의 2차입찰때에는 낙찰자들의 평균응찰가격은 개인 3만5천4백23원, 법인(당시엔 금융기관도 참여했음) 3만5천5백60원으로 이번보다 1만3천∼1만7천원정도 싸게 한통주를 사들인 셈이 됐다.
○…입찰에는 최저낙찰가보다도 무려 2배가 넘는 주당 10만원이상을 써낸 사람이 5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서울개포동거주, 만 21세여성」이라고만 알려진 한 응찰자는 주당 11만원에 20주를 신청, 「최고낙찰자」의 기록을 세웠는데 지난 2차입찰때에는 최고낙찰가격이 8만2천5백원이어서 최고가에서도 이번 입찰의 「인플레」현상이 입증된 셈이다.
한편 커트라인인 4만7천1백원를 써낸 사람은 법인 1개를 비롯, 모두 1천6백2명이었다. 이중 신청주수가 적은 응찰자에게 우선 배정한다는 동점자 처리원칙에 따라 1천5백57명은 쉽게 「합격처리」됐으나 나머지 45명(모두 개인입찰한도인 5천주를 써낸 사람들)은 결국 추첨으로 9명의 당첨자를 가렸다. 특히 맨 마지막에 낙찰자로 결정된 1명은 신청주식 5천주를 다받지 못하고 「자투리」물량인 1천8백70주만 받게 됐다.【홍선근·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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