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성격을 비교해 보면 공화당이 보수주의적인 반면 민주당은 보다 자유주의적이다. 보수주의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면이 크고 자유주의는 국가나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범죄가 늘고 혼란이 생길 때마다 자유주의자들은 사회구조가 잘못돼 이런 혼란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혼란을 가져온 그 개인, 단체에 일차책임을 항상 묻는다. 때문에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개인 또는 단체의 자율권을 늘리는 소규모정부를 추진해 오는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더 많은 예산과 더 큰 조직을 가진 대규모정부로 사회개편을 하려해왔다. 클린턴정부가 추진해온 전국민의료보험법, 총기단속법, 가족휴가법등을 모두 공화당정부가 민간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온 것도 양당의 정치철학이 다른데서 오는 결과이다.
대외정책에서도 이런 민주·공화 양당의 정치이념차이는 상당한 여파를 불러일으킨다. 한반도 문제의 경우 과거 부시행정부는 남북문제를 가능한한 남한과 북한간의 문제로 보고 양 당사자가 합의해 문제를 풀어가기를 바랐다. 남북한간의 의미있는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한 미국은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갖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었다.
민주당은 한반도문제를 남북한 양 당사자에 맡기기 보다는 미국이 주도해 문제를 풀어가려 했다. 특히 북한이 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문제를 풀려거든 미국이 직접 협상당사자로 나서라』는 주장을 해오자 흔쾌히 한반도문제 해결의 주역으로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미국은 17개월간의 교섭을 한후 북·미제네바협정을 조인하자 클린턴은 드디어 복잡한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해 냈다면서 특별기자회견을 가졌다. 클린턴은 이 때 아이티문제는 아리스티드대통령의 복귀로 성공적인 해결을 해냈고 북한의 핵위협도 협상으로 해결해 냈다고 자랑했었다. 클린턴은 얼마남지 않은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이 공로를 인정해 민주당에 대대적인 지지를 보내줄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8일 끝난 선거결과는 클린턴자신이 인정하다시피 진흙탕에 내팽개쳐지는 비참한 패배를 민주당에 안겨줬을 뿐이다.
상원 공화당원내총무 보브 돌은 당초 클린턴의 북·미협상발표에 대해 『뚜렷이 받는 것도 없이 주기만 하는 그런 것이 무슨 외교냐』고 비난했었다.
9일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한미협회주최로 서울 힐튼호텔에서 가진 연설에서 크게 두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민이 원하는 한 현수준의 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둘째로 민주당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민주당이 쌓아놓은 한반도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연설하루 전 김영삼정부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방안을 발표한데 대해서도 찬사를 보냈다.
누가 주도하든 한반도문제가 풀리기만 하면 별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한국의 남북경협활성화 방안을 3일만에 거부했다. 돌미상원공화당원내총무의 말처럼 북한이 스스로 양보하는 것은 없이 양보받기만 고집한다면 클린턴정부는 북한의 비위만 맞추려다가 결국 한반도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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