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유층서 최근 중산층까지 확산/“고가품 싸게” 너도나도 우르르/「내국인 출입금지」 유명무실화 외국인 관광객 쇼핑을 위한 면세점들이 예비부부들의 혼수 판매점으로 둔갑하고 있다. 면세점의 전시품목에는 신혼부부들의 구미에 맞는 고가의 외제시계와 귀금속, 모피등 고급의류, 고급 자개상까지 포함돼 있어 오래 전부터 일부 부유층사이에 혼수준비의 최적장소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D면세점등 일부 대형 면세점들은 출입구 정면에 「내국인 출입금지―서울세관장」이란 안내문을 내걸고 외국인과 출국을 앞둔 내국인에 한해 입장을 허용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화된지 오래다.
국외영주권 소지자나 외국인 친지 여권으로 물품을 구입, 출국했다 재입국하면서 가져오게 하는 것이 그동안의 수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요가 늘자 영주권 소지자인 일부 여행사 직원들을 이용하고 있다. 해외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여행사 직원들은 대가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챙긴다. 항공사별로 자체단속을 강화해 최근에는 현저히 줄었지만 아직도 비행기 승무원을 거쳐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예비부부들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은 평생에 단한번 마련하는 혼수품인데다 시중에서 구입할 때보다 가격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면세가격이 2백∼3백만원인 보석류를 정상적으로 구입할 경우 관세를 포함해 4백∼5백만원이나 돼 엄청나게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예비신부 박모씨(24·서울 종로구 평창동)는 『면세가격 4천8백달러(한화약 3백80만원)짜리 스위스 CARTIER 시계를 관세를 물고 구입하면 6백만원이 넘는다』며 상대적으로 1백만∼2백만원이 이익이어서 면세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 S호텔 면세점 직원 이모양(26)은 『하루 평균 20여명의 내국인이 혼수준비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며 『제값을 주고 사느니 차라리 가까운 일본 등지를 다녀오며 면세품을 사는 것이 싸게 먹혀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품은 내국인에게 판매되지 않는다. 출국을 앞둔 내국인이라도 품목당 5백달러가 넘는 제품은 구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 혼수구입처로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규정도 고가의 면세혼수품을 불법으로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세관측은 이에 대해 『비관세로 반입되는 귀금속등이 개인별로 많아야 2∼3개에 불과해 일일이 적발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과소비등의 문제로 끊임없이 지적돼온 호화혼수가 이제는 법망을 피해가며 행해지는 범법문제로 전이되는 양상이다.【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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