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설치 회원국간 경제정책 조성/SOC확충인력개발중기상호지원/타 경제블록과 관계설정 과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제6차 각료회의가 12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짓는 「각료공동선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공동선언에 나타난 18개 회원국의 총의는 회의과정에서의 논란과 이견에도 불구, 「APEC 조직및 기능의 강화」라는 큰 흐름을 잡는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등이 주장하고 있는 APEC의 경제공동체로의 탈바꿈이나 역내 자유무역지대화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회원국 모두가 21세기를 바라보는 아태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에 동참키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각료회의의 성격을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특징짓는 부분은 APEC이 그 출발점이 됐던 무역및 투자의 활성화 차원을 넘어서 새로운 자기영역의 개척에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투자 활성화와 관련, 이번 각료회의는 산하 무역투자위원회(CTI)에서 작성된 12개 항목의 「아태지역 투자원칙」을 채택함으로써 역내 투자정책및 흐름을 개선하는데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으로 이번 각료회의에서 CTI에 이어 산하 두번째 전문기구로 경제위원회(EC)를 설치키로 한 것은 APEC의 협력차원이 무역및 투자차원을 뛰어넘게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EC는 APEC내에서 비공식으로 활동해오던 「경제동향및 현안그룹」이 이번 회의를 통해 정식기구로 승격된 것으로 중·장기 경제전망을 담당함으로써 회원국의 거시적인 경제정책조정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밖에 각료회의는 인력개발, 중소기업육성, 사회간접자본등 회원국 경제에 공통적용되는 토대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우선 각료회의는 「인력개발에 관한 각료선언」을 채택함으로써 회원국간 인적자원관리의 효율성을 도모했고 중소기업부문의 협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고위정책당국자간 회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또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있어서는 선진·개도국간의 개발격차를 줄이고 경제적 동반자관계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한 회원국 사이의 지속적인 정책협의와 상호지원을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APEC이 무역투자의 영역을 넘어서 자기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은 아직은 초보단계이지만 역내 「경제공동체」의 형성이 APEC의 장기적인 목표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각료회의가 아태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디딤돌 역할을 자처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는 않다. APEC의 역대 각료회의에서 줄곧 문제가 돼왔던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이해상충은 이번 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역내자유화의 목표연도설정과 관련, 단일목표설정을 주장하는 미국과 차등설정을 주장하는 인도네시아등의 의견이 맞서 결국 각료회의에서는 결론을 보지 못하고 15일 개최되는 APEC정상회의로 최종결론이 넘겨졌다. 이와함께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말레이시아등이 구상하고 있는 동아시아경제협력체(EAEC)등 소지역차원의 경제기구와 APEC이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도 핵심적인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12일 한승주외무장관이 본회의 연설을 통해 APEC과 NAFTA의 역할조정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이 조정이 실패할 경우 APEC의 장래가 어두워질 것이라고 경고한 점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같은 과제들이 있기 때문에 APEC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APEC내에서 중간조정자임을 자처하면서 안으로는 APEC차원의 결속을 도모하고 밖으로는 NAFTA, EAEC등을 상호보완적으로 융화시키는 역할에 신경을 쏟고 있는 것이다.【자카르타=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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