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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획득(광복 분단50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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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획득(광복 분단50년:13)

입력
1994.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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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벌이」질주… 수출32년간 1,700배/전쟁터로 열사로… 어촌선 미역따 한몫/냉전종식후 제3도약기… 이젠 중국시장으로 줄달음 해방후 우리경제의 발달사를 「무역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정책을 추진하면서 처음부터 수출지향적인 경제개발전략을 세워 쉼없이 수출제일주의를 외쳐왔기 때문에 기업이나 산업의 발전과정은 모두 수출, 즉 외화벌이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어촌의 아낙네들은 자맥질해 걷어올린 해삼과 미역을 고스란히 수출선에 싣기도 했으며 베트남땅에서는 빗발치는 총탄을 무릅쓴 수출역군이 있었고 열사의 사막에는 가족과 생이별하고 밤을 낮삼아 일한 건설인들이 있었다. 이 결과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된 62년 5천5백만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수출규모는 그후 3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1천7백배나 늘었다. 수출품목은 60년대초 7백여개에서 현재 7천3백50여개로, 수출대상국가도 같은 기간에 50여개국에서 2백73개국으로 늘어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붙은 상품을 볼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가 수출에 첫번째 목표를 두고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수립되면서부터다. 1차 5개년계획이 수립된 62년 수출 5천5백만달러, 수입 4억2천1백만달러였던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1차계획이 끝난 66년 수출 2억5천만달러, 수입 7억1천6백만달러로 연간 40%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1차 경제개발계획에서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2차계획때부터는 더욱 세차게 수출드라이브를 걸어 2차계획기간(67∼71년)에는 연평균 33.8%, 3차계획기간(72∼76년)에는 51%의 급격한 수출신장세를 보였다.

 3차계획기간에 정부는 종합무역상사라는 한국적인 기업형태까지 창출해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을 수출전선으로 전진 배치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는 전세계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중진국 대열에 성큼 올라섰고 86년에는 만년 무역적자국의 신세를 면했다. 90년부터 무역적자로 다시 돌아서기는 했지만 수출만큼은 꾸준히 늘어 내년부터는 1천억달러 수출대국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처럼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나라의 수출신장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친 두차례의 큰 굴곡이다. 전쟁터인 월남땅과 찌는듯한 무더위의 중동이다.

 65년부터 시작된 국내기업들의 월남진출은 우리 경제규모와 기업을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외화부족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정부의 경제정책중 하나였던 우리정부는 외화획득전략의 타깃을 월남파병대가로 얻는 미국으로부터의 원조와 차관, 그리고 대월남 상품과 용역의 수출로 정했던 것이다. 이 결과 64년 6백만달러에 불과했던 대월남 상품과 용역수출액은 한해동안 3배 가까이 늘었고 월남특수를 한참 누린 65년부터 70년까지 6년동안의 흑자규모는 7천만달러에 달했다. 이 기간에 총탄을 피해가며 물자를 실어나른 한진그룹의 조중훈회장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둬 국내 10위권그룹으로의 기틀을 다졌으며 현대 삼성 삼양사 대한농산(현 대농) 효성물산 천우사(폐업)등도 기업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중동은 또 한차례 우리나라의 달러벌이장이 됐다. 현대 대우 동부(당시 미륭건설) 대림 삼환 극동 동아 삼익 신동아등 건설업체들은 1건에 최고 10억달러에 가까운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고 삼성물산을 비롯한 상당수 무역업체들은 관련 기자재를 수출해 달러를 모았다. 73년 10월에 터진 중동전쟁으로 세계경제는 곤두박질쳤으나 중동만큼은 넘치는 달러를 주체하지 못했고 이 틈을 우리 기업들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 13억 중국시장을 제3의 도약대로 만들기 위해 북경으로, 상해로, 연변으로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끊임없이 수출확대, 달러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원자재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고 지금까지의 경제발전과정에서 빌려 쓴 외채를 갚아나가기 위해서다. 이같은 우리 경제의 구조는 상당기간 풀어내기 어려운 과제이어서 우리나라 수출의 새로운 기록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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