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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 정치/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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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 정치/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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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사당에는 하오 3시만 되면 어김없이 『오늘 회의도 자동유회됐음을 알려드린다』는 메마른 목소리의 방송이 나온다. 이 방송이 넓은 국회에 황량하게 울려퍼진지 11일로 벌써 1주일째 된다. 하지만 정치상황은 돌파구는 커녕 경색정국의 장기화를 예고해 주고만 있다. 이날 상오 7시30분 광화문 지하도. 이기택민주당대표가 의원들과 함께 「12·12 반란자를 법정에 세워라」는 대문짝만한 제목을 단 당보호외를 배포하고 있었다. 장외투쟁의 서곡이다. 이대표는 이어 서울시의원들을 초청, 오찬을 함께하며 『12·12문제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시의원들도 『단합하겠다』는 결의로 화답했다. 이대표는 전날(10일) 사석에서는 『12·12 관련자들의 기소를 관철시키지 않으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최후통첩성 발언까지 했다. 민주당은 배수진을 치고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전사처럼 보인다.

 반면 민자당의 분위기는 고요하다. 민자당은 이날 상오 고위당직자 간담회를 열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우려도 나왔고 『비장한 각오로 만반의 대비를 하기로 했다』는 다짐도 있었지만, 해법을 찾으려는 진지한 노력이나 몸짓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라리 『14일 이후에나 대야접촉에 나설 것』이라는 서청원정무장관의 말처럼 지켜보자는 입장이 대세이다. 내부적으로는 『할테면 해보라』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처럼 여야 모두 「네가 양보하라」는 식이다. 우리정치의 고질인 대화와 타협의 부재를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물론 12·12문제가 「전부 아니면 전무」의 성격을 갖고 있어 접점을 도출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가 어렵다고 정치권이 해법찾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더욱이 지금처럼 여야가 만나기조차 거부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이자 직무유기에 다름아니다. 극적인 정치적 절충도 우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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