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레임덕”… 개혁물거품 위기/「화이트 워터」재연 가능성/“공화독주땐 거부권 불사” 11·8 미중간선거의 최대 패배자는 클린턴 대통령이다. 대표적인 의회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정치력의 골간인 집권당 의석의 대량상실은 곧 권력기반의 침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개표결과가 알려지자마자 클린턴대통령의 레임덕현상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클린턴대통령 자신이 총력지원했던 미네소타·펜실베이니아·뉴욕주등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후보가 전멸했고 빅 스테이트로 불리는 8개주 주지사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한 곳은 1곳뿐이었다. 클린턴대통령도 9일 하오(현지시간) 특별기자회견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을 3번씩이나 했다.
따라서 이번 미선거결과는 클린턴대통령의 지도력을 크게 훼손시켜 그의 재선가능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던진 셈이다. 하지만 클린턴대통령은 40여년전 공화당에 더 많은 의석을 내주고도 재집권에 성공한 트루먼대통령의 전례를 상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클린턴대통령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화당측으로부터 정부의 정책추진에 따른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일일 것이다.
이와 관련, 클린턴대통령의 1급참모인 스테파노폴로스정책고문은 이날 한 TV대담프로에 나와 『신임 하원의장이 유력시되는뉴트 깅리치도 초당적인 의회운영을 위해 최대한 협력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인준에 찬표를 던졌던 점을 상기시켰다. 클린턴대통령이 이날 아침 깅리치의원과 보브 돌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하고 공화당 중진들의 조력을 당부한 것도 의례적인 일만은 아닌 것이다.
클린턴대통령이 꼭 챙겨야 할 공화당 인물중에는 뉴욕주의 알폰소 다마토상원의원이 있다. 그는 차기 상원 금융위원장 내정자로 이미 지난 여름 화이트워터스캔들 청문회에서 클린턴대통령의 이미지에 타격을 가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화이트워터사건은 또다시 의회의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봐야 한다.
클린턴대통령은 따라서 벌써 개각과 백악관보좌진 개편등 후속조치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개각등 후속조치는 선거결과를 정확히 분석한 뒤 이루어질 것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런 와중에서도 공화당의 일방독주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가진 거부권을 적절히 행사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브래디법안이나 범죄방지법안등 각종개혁법안이 의회로부터 되돌려진다면 나는 단호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개혁법안등 클린턴대통령이 역점을 두어온 일부 정책법안들은 사실상 의회통과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개혁법안은 이미 공화당의 강력저지로 그 내용이 상당부분 수정됐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통과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금 우리는 혁명적 상황에 있다』는 클린턴대통령의 언급은 그의 장래가 지극히 불투명하다는 역설적 표현에 다름 아닌 것이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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