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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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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과 북의 공식대화는 적십자회담으로 시작되었다. 1972년 여름에 처음 열린 이 회담의 주제는 가장 중요한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이었다. 의제 내용은 ①주소와 생사 확인 ②자유방문과 상봉 ③서신거래 ④재결합 ⑤기타 인도적으로 해결할 문제로 합의했다. 그러나 성과는 쌍방이 서울―평양을 왕래했다는 것뿐이었다. ◆그후 10여년이 지나서 1985년에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및 예술공연단」의 동시 교환방문이 이뤄졌다. 분단 4반세기만에 「민족의 감격」이 서울과 평양에서 펼쳐진 것이다. 평양에 간 방문단중 35명이 41명의 가족·친척을, 서울에 온 30명은 51명을 만나 통한의 눈물을 뿌렸다. 어찌된 일인가, 그 이후엔 이산가족의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채택한 기본합의서엔 고작 「이산가족의 자유방문과 재결합을 조속히 실현하고 60세이상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을 즉각 실현시킨다」라는 한 구절을 남겼을 따름이다. 어느새 「이산가족」은 남북대화의 잔해로만 남게 되었는가. 이 문제는 처음 남북대화의 주제에서 이제는 부속의제로 밀려난 것 같아 씁쓸하다. ◆북핵문제가 타결되고 남북경협의 가능성이 예고되는 가운데 다시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이 신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도문제와 인간관계의 회복이 곧 남북관계의 초석이 될 수 있다. 남북으로 갈라진 가족들의 안부와 생사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대화가 없을 것이다.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이 실마리라도 잡히면 거기서 남북관계의 변화가 시작되리라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행은 이산가족이 선도함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경제협력과 경수로보다 급하고 중요한 게 이산의 해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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