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중앙방송의 「12시 중대방송」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7월9일 김일성사망 발표때 그랬고 정확히 넉달 후인 9일도 그랬다. 이날 상오 북한의 대내용 중앙방송은 경쾌한 경음악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11시 느닷없이 『12시부터 중대방송이 있겠습니다』란 아나운스멘트가 나왔다. 이어 이 멘트는 5∼6차례 반복됐다. 청와대, 통일원, 안기부등 관련 부처는 바짝 긴장했다. 경협 활성화조치에 대한 북쪽 반응일 것이란 추측부터 김정일의 당총비서직 취임, 혹은 김정일의 신변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는등 갖은 예측이 나왔다. 언론사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향배를 지켜봤다. 잠시후 낮 12시. 중앙방송에서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명령… 대동강 청류다리 2단계공사와 금릉2동굴 공사를 내년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건 50돌까지 건설할 데 대한 …』는 김정일의 「명령51호」하달 보도가 흘러 나왔다. 메가톤급 발표를 기대하던 관계자들은 모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북한의 12시 중대방송은 지난해 김정일의 인민군총사령관 취임때도 있었다. 그 때도 내용은 미리 알수 없었지만 중대방송에 걸맞는 무게는 싣고 있었다. 그래서 이날 한낱 건설공사 지시를 하며 북한이 중대방송 운운한 배경을 분석하며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한 당국자는 『대내적으로 인민들의 행복과 문화생활의 향상을 다리건설을 통해 강조하며 김정일의 인덕정치·광폭정치를 과시하려 했다』고 풀이했다. 다른 당국자는 『남쪽에 대해 성수대교 붕괴사고등을 비꼬려는 의도도 있는것 같다』고 해석했다. 북한은 앞으로 우리의 성실한 경제협력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북한은 이제 일개 「정권」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권위와 체통은 지켜 제발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 나가 주었으면 좋겠다는게 이날 해프닝을 지켜본 모두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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