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 「황당한 이야기」등 잇단 번역출간/혼탁한 시대에 때묻지 않은 눈으로 세상통찰 때묻지 않은 눈으로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우화, 동화 같은 소설이 잇따라 소개돼 독서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바보는 웃지 않는다」(쿠르트 쿠센버그지음·책나무간), 「터무니 없는 이야기」 「황당한 이야기」(폴 제닝스지음·장원간), 「반바지 당나귀」(앙리 보스코지음·민음사간), 「진흙 인형의 탄식」(엄북명, 엄첩지음·서광사간)등의 주인공들은 모두 바보, 어린이, 동물이거나 어른이라도 순진한 사람이어서 가식과 위선을 벗어난 열린 마음으로 세상사의 정곡을 꿰뚫어본다.
남보기엔 나약하고 어리석은 이들이 진정한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들 책들은 최근 인기를 끄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연장선에 있다.
전 3권인 「바보는 웃지 않는다」는 철학과 익살로 압축된 단편 모음이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고 의사는 유명 의사를 찾아가고 유명 의사가 다시 환자를 찾아가서 털어놓는 고민,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며 임종을 맞지만 그 순간이 너무 길어서 수십년을 더 살다 결국 무일푼으로 죽은 갑부등 이상야릇한 인물들을 통해 펼쳐지는 지혜의 이야기이다. 쿠센버그(1904∼1983)는 낭만적이고 상징이 강한 우화소설로 독일 현대문학에 독특한 발자취를 남겼다.
호주에서 「∼없는 이야기」시리즈로 선풍을 일으킨 폴 제닝스(51)의 「터무니 없는 이야기」와 「황당한 이야기」는 맑고 고운 심성으로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그린 단편동화집이다. 「등대지기의 슬픔」에서는 철거 통보를 받은 등대를 지키기 위해 등대지기 스텐 아저씨와 등대지기가 되려는 조수 소년 안톤, 그리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보금자리를 가꿔온 유령들이 연합전선을 벌이고, 「약장수」는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우물에 갇힌 주인을 구하기 위해 굶어죽은 충견 티니의 가슴뭉클한 충성담이다.
앙리 보스코(1888∼1976)의 「반바지 당나귀」는 호기심 많은 소년 콩스탕탱과 겨울이면 반바지를 입고 마을로 내려오는 당나귀의 교유를 통해 순박한 영혼은 우주를 움직일 수 있다고 역설하는 소설이다.
이런 소설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이유로는 패륜과 강력사건, 공무원 비리가 판치는 혼탁한 사회 분위기에서 독자들이 순수한 인간미를 그리워하게 된 데도 한 원인이 있지만 그동안 무거운 사회의식소설과 대중소설이라는 양극단의 작품들이 인기를 독차지하는 풍토에 대한 반발 때문이기도 하다고 출판계는 보고 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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