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의 핵타결 이후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가장 가까운 맹방으로 여겨온 미국의 태도에 대해 일련의 의구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합의문에 나타난대로 클린턴행정부가 어정쩡한 상태나마 북핵을 마무리짓기 위해 지나치게 양보를 했고 이에따라 장차 미국과 북한이 급속도로 접근하고 결국 남북한 등거리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들이다. 따라서 방한중인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이 한미외무장관회담에 이어 김영삼대통령과의 요담에서 밝힌 다짐은 그러한 의구심을 거의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겠다. 그동안 북핵타결과 대북자세에 대한 이견과 혼선을 조정함으로써 양국의 굳건한 공조와 변함없는 우의를 재확인한 것이다.
우리로서 가장 큰 수확은 북한의 위협과 이로 인한 한반도상황에 대해 미국의 변함없는 인식과 시각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는만큼 주한미군의 감축은 있을 수 없다는 것과 나아가 대한방위공약의 준수를 확약한 것이다. 북·미합의후 흔들리고 있는 한국측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한미양국이 대북경수로원전지원에 있어 노형을 한국형으로 하고 한국이 건설을 주도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한국이 막대한 경비만 대고 건설에 있어 들러리 내지 국외자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측으로부터 북한과의 연락사무소 교환개설등 관계개선은 남북관계개선과 조화있게 진전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 또한 값진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장관이 청와대에서 밝힌대로 북·미합의문에 「남북대화재개」를 넣은 것은 한낱 형식적으로 한국측의 체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북대화재개가 북·미간 합의이행의 중요한 요체의 하나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무튼 한미외무장관간의 중요원칙에 대한 재확인은 그 의의가 막중하지만 이것으로 장차 급변할 한반도 상황대처에 있어 양국간의 입장이 일치될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외교적 상황은 늘 변하고 이해 또한 각기 국익과 여론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인 것이다.
따라서 양국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의 대남적화 목표를 포기토록 하는 한편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북·미합의이행을 정밀 검증하고 촉구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며 경수로건설에 있어 한국의 중심적 역할과 실질적인 남북대화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외교적 원칙과 실천방안 모두 공동보조를 취할때만이 완전한 맹방이다. 한미간에 의구심과 불신이 재발되지 않게 양측은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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