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기업인들의 방북허용등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단계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은 대북정책을 일대 전환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즉 그 동안 북핵으로 금지·봉쇄해왔던 경협의 연결고리를 해제시킴으로써 대북압력 일변도의 강경자세를 협력과 동반자관계의 포용자세로 바꾸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가 현 정전협정체제에서 평화협정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외교정책의 대수정과 함께 상황진전에 따라서는 장차 한반도에 해빙과 함께 동북아의 기류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같은 대북경협방침을 김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에 앞서 전격천명한 것은 여러 가지를 고려한 듯 하다. 즉 고립무원에 빠진 북한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그들을 돕고 개방시키는 일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특히 광복 50주년을 계기로 민족발전공동계획의 일환으로 대북경수로원전건설지원에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남북간에 있어서도 이산가족재회와 문화·체육교류는 물론 정치적인 협력관계로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내일 발표될 경협이 무작정, 그리고 당장 인적·물적 교류등이 활성화되어 관계개선과 통일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식의 기대만을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우려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우선 북한이 경협을 전폭 환영하고 당장 문을 활짝 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극심한 경제난과 대남경제발전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북한은 오히려 대남경계와 비방자세를 더욱 강화할 여지가 있다. 그들은 경협을 남에 의한 체제붕괴와 흡수통일로 잔뜩 경계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으로서는 너무나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남쪽 기업의 투자는 환영하되 정부에 대해서는 한동안 등을 돌린다는 원칙아래 남의 정부와 기업을 이간시킬 여지마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의 무분별한 과당경쟁적인 진출과 투자행태가 지극히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는 경협의 성급한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경협이 북한의 경제회생과 개방을 돕는 것이라며 그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인들의 질서있는 경협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방북·투자·위탁가공을 위한 시설재 공급, 기술교육 및 재북사무소설치등에 관해 세부적인, 그리고 엄격한 규칙과 지침을 설정하고 위반기업은 제외등 불리익을 주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88년 6공정부가 그토록 훌륭한, 공존공영을 추진하는 7·7특별선언을 관련규제조치없이 발표한 후 일부 무절제한 방북사태를 빚었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북경협은 엄청난 실험이다. 동족이기 때문에 밑져도 도울 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남북관계개선의 장애가 되고 또 북에 의해 악용의 소지가 되는 것은 결코 막아야 된다. 경협을 장밋빛 무지개로만 생각해서는 실패한다. 인내와 자제로 점진적 행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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