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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원가에 가까이 더가까이/바겐세일은 이제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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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원가에 가까이 더가까이/바겐세일은 이제 옛말

입력
1994.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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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배달·점포운영비 극소화/정상제품 20∼50%까지 파격 할인매장 급속확산 「가격」의 통념이 산산이 깨져나가고 있다. 같은 물건이면 어딜가나 값이 같던 「균일가격시대」가 막을 내리고 같은 규격, 같은 품질의 물건이라도 어느 가게에선 훨씬 싸게 판매되는 「가격 다원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너무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사실에 오히려 당황스러워하던 소비자들도 이젠 더이상 「싼게 비지떡」이란 속담에 연연해하지 않는다.「가격파괴」란 이름으로 선진국 유통업계에서 시작된 이 가격구조혁명의 물결은 이제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말 개장한 신세계백화점「E마트」는 획일적이던 국내 가격구조를 붕괴시킨 첫 할인전문점. 재고품도 하자품도 아닌 정상제품들을 일반백화점에서보다 20∼30% 싸게 파는 「디스카운트 스토어」다. 역시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문을 연 「프라이스 클럽」도 가격할인폭이 무려 30∼50%에 이르는 파격매장인데 회원카드를 소지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어 「회원제 창고형」 도소매업이라 불린다. 의류전문제조업체 이랜드의 「2001 아웃렛」도 재고의류만을 30∼50% 할인판매하고 있다. 이젠 할인전문점 판매용으로 한정된 대형용기의 상품들까지 출고되고 있다.

 물론 전에도 가격인하점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하는 할인전문점들은 공고하기만 하던 가격구조의 성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매우 전향적인 것이다. 물건이 안팔려서 값을 내리거나 무자료상품을 파는 것(화장품할인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가격할인의 비결은 고객이 스스로 고르고(SELF SELECTION) 포장하고(SELF PACKAGE) 운반하는(SELF DELIVERY) 「3S」방식에 있다. 판매가에 포함된 인건비 배달비 점포운영비등을 극소화하면 절약분만큼 가격을 낮춰도 수지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건값이 싼만큼 화려한 매장인테리어나 친절한 점원의 도움은 기대해선 안된다. 별도의 바겐세일도 없음은 물론이다.

 가격혁명의 최대 적은 경쟁의 실종이다. 균일가격은 담합의 결과다. 최근 할인전문점의 확산을 뒤집어보면 그동안 유통업체들이 생산성 개선에 얼마나 게을리했고 결국 소비자가 유통업체의 낭비를 얼마나 대신 지불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만약 가격인하경쟁이 제살깎기식으로 과열될 경우 업체들은 또다시 편리한 담합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조업과의 관계도 가격혁명이 넘어야할 고비다. 물건을 만들고 대주는 제조업의 뒷받침없이 판매자만의 노력으로 가격을 낮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제조업과 유통업이 각자 생산성향상으로 도소매가를 낮춘다면 할인점의 현재 가격은 더 내릴 수도 있다. 외국에선 이미 제조업 항공운수업등에서 이미 가격혁명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가전·정유사등이 가격인하를 단행한 적은 있으나 제스처에 가까웠고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가져왔다.

 가격혁명은 인하요인이 있을때만 가능하다. 무조건 내리는 것은 가격구조를 왜곡시킬 뿐이다. 이점에서 지금의 할인전문점들도 비용절감을 위한 추가시설투자와 함께 ▲자기상표 개발 ▲물류단지 확보 ▲상품종류및 용기의 다양화등 「소프트 웨어」의 확충이 필요하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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