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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투서공포증”/윤순정한일은행장 사퇴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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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투서공포증”/윤순정한일은행장 사퇴 파장

입력
1994.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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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들어 11명째 중도퇴진/“제2사정신호탄 아닐까” 긴장 윤순정한일은행장의 전격 사퇴로 금융계가 다시 강력한 사정한파를 맞게 되는게 아닌가 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정부 출범이후 1년9개월사이에 11명의 은행장이 임기도중에 물러났다. 올들어서도 지난 4월 허준외환은행장이 도중에 물러났고 최근엔 김영빈수출입은행장이 사퇴했으나 모두 눈에 띄는 이유를 갖고 있었다. 직접적인 「사정」차원은 아니었다. 허행장은 외환은행이 한국통신 주식매각을 대행하면서 무리를 빚어 책임을 졌고 김행장은 박철언씨와의 친분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윤행장의 사퇴이유는 현정부의 출범 초기 사정바람이 불 때와 비슷하다. 사정당국자는 『은행장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키는 일이 드러났다』고만 이유를 밝혔다. 금융계에선 대출부조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금융계는 올들어 은행장 사퇴를 세번째 맞지만 이번에 유달리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퇴의 발단은 「투서」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윤행장의 최근 행적에 관한 투서가 사정당국에 들어가 사정당국이 1차 내사를 벌였으며 내사 결과 다소의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본격적인 2차 내사에 착수하려던 상황에서 윤행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자는 『조사가 확대되는 것을 윤행장이 미리 알고 「사표카드」를 통해 사태의 결말을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행장은 지난 2일 전남 강진의 형에게 병문안을 갔다가 광주에 들러 식사를 한 게 탈이 나 식중독증세로 전남대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4일 사표를 이사회에 제출했다. 윤행장은 병실에서 작성, 기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 4, 5월 사퇴하려다가 스스로 어수선한 풍문에 휘말리는 것 같아 못했고 이번에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사표를 낸다』고 밝혔다. 윤행장은 타의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윤행장의 사퇴를 통해 금융계는 정부의 사정활동이 계절풍처럼 특정한 시기에만 진행되는 게 아니라 항상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사정체계를 쉬지 않고 가동상태로 두다가 「조사대상」이 등장하면 즉각 본격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조사자료의 제공은 거의 전적으로 투서가 도맡아하고 있다. 최근에도 은행 안팎으로부터 은행임직원에 대한 투서들이 엄청나게 사정당국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은행장이나 임원 선임과정에서 라이벌과 불꽃튀는 접전을 벌였던 금융계인사들은 이러한 투서에 시달리는 정도가 심하다. 최근들어 소문에 시달린 은행장만해도 시중은행장과 특수은행장을 포함, 6명에 이른다.

 윤행장의 경우에도 계속 투서에 시달려왔다. 이때문에 윤행장 자신도 몇개월전부터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말을 주변사람들에게 해왔다. 금융계에서는 지난해 2월 윤행장이 연임할 때 1년만 더하기로 했는데 유야무야돼 올 2월이후 특히 집중적인 투서의 대상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윤행장관련 투서중에는 한일은행의 거래기업인 대한유화의 법정관리 때 부조리가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행장에 대한 1차 내사과정에서 단서가 대략 확인됐을 뿐 확증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사표제출로 사태가 마무리돼 사법처리등의 추가적인 조치는 없을 게 확실하다. 윤행장은 그동안 몇차례 소문이 날 때마다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지나치곤 했었다. 이번에도 대규모 부조리가 나온 것은 아니어서 윤행장 입장에서도 『은행장을 할만큼 했으니 투서와 소문의 장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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