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인력 한계… 범여권 총동원 체제로”/“실무능력 최우선잣대” 연말개각성격 예고/“구여권인사 선별포용,세력화 제동” 관측도 최병렬서울시장의 기용은 김영삼대통령의 「사람쓰기」패턴이 변화하는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여권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5공때 전국구의원으로 민정당에 입당, 노태우정권창출의 공신이 된 후 요직을 두루 거쳤던 최시장의 발탁을 단순히 「적임자」라는 행정적 잣대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계인사를 중심으로 「신선도」와 「모양」을 강조했던 김대통령의 집권전반기 인사스타일이 행정역량 위주로 선회하는 조짐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연말의 개각성격을 예고하는 것이라는게 여권의 지배적 분석이다. 특히 5공의 경제핵심인사인 김만제씨의 포철회장 기용과 이춘구의원의 국회부의장인선등과 맞물려 『그동안 권력에서 소외된 구여권의 주요인사들도 능력과 필요에 따라 문호를 개방한다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시장이 김영삼정권창출에도 적지않은 공을 세웠다는 점에서 최시장을 6공인사로만 분류할 수 없다는 얘기도 적지 않고 『개혁적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대통령의 원칙은 일관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또 민자당의 박범진대변인은 『대통령이 계파를 가리지 않겠다고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으며 이번 인선에도 계파적 관점은 없었다』며 이같은 추측을 부인했고 최시장 본인도 『그런 해석을 판단할만한 입장에 있지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관계자나 민자당당직자들은 『지난 1년여동안 과거인사들에 대한 충분한 검증의 시간을 거친만큼 이제부터 국정장악력과 추진력등 실무능력을 인사의 최우선기준으로 삼게될 것』이라는 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자제가 전면 실시되는 집권후반기의 정국관리를 위해선 「멋부리는」인사를 지양하고 범여권의 총동원체제를 갖춘다는게 대통령의 원래 구상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은 정권출범후 사실상의 해외망명길에 올랐던 박태준 이원조씨가 최근 모두 귀국하고 정주영씨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이병규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며 박철언전의원을 가석방시킨 일련의 흐름에 유의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이 12·12사건의 피고소인들을 기소유예하고 박정희전대통령의 15주기 추도식에 김대통령이 꽃을 보내며 관심을 표명한 것등도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요컨대 채찍으로 일관했던 초기의 인사포석을 벗어나 이제는 일정수준의 당근도 가미하는 정국관리방식으로 이행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중이 최시장 기용에서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대통령의 생각이 민주계 인력의 절대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성수대교 붕괴참사등의 국정난조를 타개하는 쇄신책의 일환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동기와 배경이 어떠하든 여권주변에서는 연말에 개편될 새 여권진용의 색채는 이전과 확연히 다를 것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치와 정책의 분업이 확실한 책임행정체제가 될 것』 『대통령은 그룹회장역으로 정치문제등의 조정을 맡고 청와대와 내각이 업무영역이 분명한 영업이사역을 담당할 것』등의 말들은 모두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때문에 민자당등 여권은 최시장발탁을 구여권에 대한 「해금」과 동일시하면서 벌써부터 어떤 인사가 정부와 당의 어떤 자리에 기용될 것이냐를 놓고 갖가지 추측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핵심포스트와 당3역의 개편여부와 함께 등용될 5·6공인사의 면면과 역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정치권은 김대통령의 인사패턴 변화가 공직자의 복지부동을 타파할 수 있는 행정경험과 장악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면서도 이같은 인사구상에 구여권의 차별화 의도도 내재됐을 것으로 보고있다. 바꿔말해 노재봉의원의 발언파문을 겪으면서 구여권의 이탈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자 선별적으로 주요인사를 끌어안음으로써 이들의 「세력화」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 실렸다는 관측이다.
이와관련, 여권 고위소식통은 『이제 쓸사람은 모두 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범여권을 끌어안는다는 막연한 의미보다 반개혁적 인물들을 정치적으로 「격리」시킨다는 적극적 의미로 해석해야할 것』이라며 『최시장의 기용표석이 어떤 효과를 겨냥했는지를 주목해보라』고 말했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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