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한할 이붕중국총리는 3일 울산의 현대자동차 및 현대중공업을 시찰하고 현대그룹회장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총리는 이에앞서 2일 김영삼대통령과의 조찬회담을 끝으로 「정치적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사실상 이총리의 방한일정은 필요한 최소의 정치일정을 빼면 국내재벌그룹의 공장을 시찰하고 그룹회장 및 경제단체장들을 만나는등 「경제적 일정」으로 빽빽히 짜여져 있다. 중국권력의 제2인자로 통하는 이총리가 경제분야에 쏟는 지대한 관심은 우리정부도 본받아야 할 자세이다. 또 이총리가 마치 경제사절단 단장으로서의 역할도 사양하지 않겠다는 듯 부평 기흥 창원 울산등을 오가며 보여주는 「발로 뛰는 실리외교」도 퍽 인상적이다.
그런데 중국이 이붕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오히려 전보다 더 한중간 정치관계보다는 경제관계를 강조하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리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총리는 김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정치관계발언은 가급적 자제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한술 더떠 이총리를 수행하고 있는 심국방외교부대변인은 격에 맞지 않게 자청한 두차례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정전협정의 평화체제로의 전환필요성을 되풀이 강조,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중국은 서울에 와서까지도 북한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북메시지」를 전달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심대변인의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맡았던 여자통역사는 북한식 용어와 어투가 전혀 고쳐지지 않은 채로 우리측 기자들을 상대로 통역을 했다. 이 여자통역사의 북한식 어법이 수교 2년이 넘은 한중관계의 현주소라면 정치적 관계에서의 중국의 냉담함과 무신경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을 의식하면서 우리의 필요한 부분만 취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태도라면 우리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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