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범인 3천만원요구… 검거【안산=황양준기자】 돈에 눈이 먼 어른과 경찰의 주먹구구식 수사 때문에 국교 3년생이 사흘동안 굶주림과 추위에 떨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안산경찰서는 3일 강영조씨(31·회사원·안산시 선부동 공작 한양아파트 111동)의 외아들 태민군(8·안산 선부국교 3년)을 유괴한 뒤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한 전용재(26·무직·경기 안산시 선부동 988)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약취·유인) 혐의로 구속했다.
태민군은 이날 상오3시께 경기 시흥시 장현동 모범산 능선에서 나무에 묶여 숨진 채로 발견됐다. 범인 전은 지난 달 28일 하오4시께 태민군을 집앞 놀이터에서 자신의 서울1드6411호 코란도지프로 납치, 같은 날 하오9시30분께 8 가량 떨어진 모범산 능선 소나무에 손과 발을 묶고 입과 눈을 테이프로 가린 뒤 내려왔다.
전은 이날 밤 태민군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들의 몸값으로 3천만원을 준비하라』고 첫 연락을 한 뒤 2일 하오1시께 『하오4시49분 청량리발 춘천행 열차를 타고가다 흰색으로 X표시가 된 지점에 돈가방을 던지라』고 하는등 5차례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다. 가족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2일 하오6시30분께 경기 남양주군 화도읍 월산리 경춘선 철로변에서 돈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전을 붙잡았다.
그러나 경찰수사가 조금만 더 철저했더라면 태민군의 목숨만은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이 『지난 달 30일 다시 모범산에 가보았더니 그때까지 살아 있었다』고 말한 점으로 미루어 태민군은 유괴 사흘째까지도 생존해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태민군 친구 3명이 전의 얼굴을 정확히 보았고 ▲범행에 사용된 검정색 코란도지프와 납치당시 데리고 왔던 검정색 푸들강아지를 똑똑히 기억해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있었는데도 이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다. 또 전이 태민군 집으로 돈을 가져 오라고 요구한 5통의 전화중 3통은 발신지가 확인됐는데도 현장출동이 늦어 번번이 검거에 실패한 것이다.
◎“범인은 아주 나쁜사람이에요”/숨진 태민군 급우들 온종일 울음바다/담임교사 “독후감상 받기로됐었는데…”
『범인은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 착하고 명랑하던 태민이가 왜 죽어야 하나요』
강태민군(8)이 유괴범에게 끌려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3일 전해지자 안산 선부국민학교 3학년3반 교실은 온종일 울음바다를 이뤘다.
이날 상오 등교하자마자 담임 한난수선생님(59·여)에게서 비보를 전해 들은 급우들은 『태민이가 공부도 잘 했지만 운동을 좋아해 친구들 사이에 「꼬마대장」으로 불렸는데 다른 세상으로 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흐느꼈다.
태민군 옆 자리의 단짝친구 김아롱군(9)은 『태민이가 학교를 며칠 나오지 않아 궁금했는데 죽었대요. 지금 당장이라도 교실에 들어와 책상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 것 같은데…』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교사는 우수 독서감상문을 써낸 태민군에게 지난 달 29일 시상키로 돼 있던 상장을 어루만지며 『이 상장을 누구에게 줘야 하나요』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한교사는 『며칠 전 학급회의를 하고 있을 때 태민이가 갑자기 교단 앞으로 나오더니 「친구가 전학가 자리가 빈 체육부장을 누가 맡느냐」고 자꾸 물어 다음에 정하자고 말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평소 활달한 성격으로 급우 사이에서 인기가 좋고 착하던 태민이가 죽다니 믿을 수가 없다』는 한교사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태민이가 체육부장을 맡아주면 좋겠다고 말해 줄 걸…』하며 눈물을 씻었다.【안산=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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