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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는 제자 자리로(사설)

입력
199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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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살이가 갈 수록 두려워 진다. 집안에 있으나 밖에 나가나 다를 바 없다. 어디라 마음 둘데가 없을만큼 우리 사회가 거칠어 간다. 철렁 가슴이 내려앉을 일이 자자들만 하면 더 끔찍한 일이 생긴다. 총체적인 정신의 황폐화에 거듭 할 말을 잃는다. 거대한 다리가 붕괴되듯 인륜의 기본이 무너져 가고 있다. 사병이 장교를 정조준하여 사살하는가 하면 아들은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다. 그런가 하면 술에 취한 대학생들이 불상에 발길질을 하다가 말리는 교수에게 까지 폭력을 휘둘렀다. 우연히 겹친 일이기는 하나 이제 「인륜의 파괴」는 극한에 이르렀다.

 이같은 난맥상은 단순한 폭력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폭력 그 자체만도 마땅히 증오하고 응징되어야 하나, 오늘의 비정상은 정신의 불모화라는 측면에서 더욱 심각하기만 하다.

 가정은 가정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인간관계가 뒤틀렸다. 한마디로 자기 밖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세태가 되었다. 도세범을 보라, 지존파를 보라, 그리고 스승을 때리는 대학생을 보라. 어디고 제 정신이고 정상인 구석이 없다.

 쉽사리 가정과 사회환경을 탓하지만 술 취한 대학생의 난동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어떻게 그들을 학문하는 지성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대학에 왜 진학했으며 대학이 무엇인가를 잠시라도 생각했다면 감히 이런 만행이 저질러질 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똑 같은 물음을 대학에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대학교육이 어떠하길래 이토록 참담한 교육의 폐허를 초래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잇닿는 사회병리에 대해 우리는 우왕좌왕하면서 처방은 커녕 올바른 진단을 하는 능력마저 상실한것 같다. 일시의 충격과 분노뿐이지 쉽게 망각에 묻어두고 만다. 정상에로의 회귀라는 노력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설정, 권위의 회복, 인성개발등이 즉흥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개선의 기미조차 없는 현실이 가장 두려운 것이다.

 격렬한 정치투쟁의 시대는 지났다. 지금부터는 나와 우리와의 싸움을 치열하게 벌여야 할 것이다. 오늘의 비통한 현실을 빚어낸 요인은 우리 내부에 있다. 모두가 성실하게 자기 몫을 하고 자기자리로 돌아가는게 해결의 방도다. 부모와 자식, 민과 관, 스승과 제자가 정상의 위치로 돌아가는 정신개혁운동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렇지 못하면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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