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문제에 대해 정부는 국제정치에 있어서 평화적 수단에 해당하는 무력시위나 제재조치까지도 거부했다. 환상 속에서 마치 노사협상같은 외교를 펼쳐왔다. 우리는 진정한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채찍」을 한번 써보지도 못했다. 대신 우리를 말살하려는 김일성에게 이인모를 생일선물로 바쳤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전체주의왕조의 후계자 김정일의 등극에 당근이란 명목으로 수십억불의 축하금까지 바치게 됐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소위 진보세력이 음모를 은폐하기 위해 편리한 도구로 사용한「민족」이란 구호가 바로 「신한국」의 외교이데올로기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국가안위에 중대한 문제로 벌써부터 등장했으나 지난 대선 때 어느 후보도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나라의 한심한 선거였다. 심지어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국가운영의 기본구상을 밝히는 취임사에서마저 이 문제에 대해 말 한마디 없었다.
그러면서 뜻밖에도 취임사에서는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는 없다』며 기존 한미공조체제의 폐기를 시사하고 나섰다. 나아가 『어떤 이념이나 이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강조해 통일문제의 핵심인 체제문제를 완전히 추방했다. 이 선언이 현정부의「탈미접북」외교노선을 이룬 근간이었다. 이 정책은 바로 북한의 「통미봉남」정책을 그대로 밀어주는 결과가 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무모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만 아직까지 골몰하고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건국이념만 생각한다면 정상회담의 환상에서 정부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 외교노선은 순전히 국내정치의 시각에서 핵문제와 통일문제를 혼동시켜 환상이 결과를 압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일성사망에 즈음해 정부는 그토록 어설픈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 8·15경축사에서는 느닷없이 자유민주주의노선을 천명해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대북문제를 결국 북이라는 상대는 완전히 접어둔 채 대한민국 속의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통일논의에 무슨 좌우가 있을 수 있는가. 지금 있는 것은 좌와 우가 아니라 환상과 현실 뿐이다. 어느 정당도 대북정책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국가의 안전이 어떻게 확보될 수 있겠는가. 사상 초유로 야당과 친북세력의 박수를 받고 있는 것이 지금 이 나라 정부의 모습이다. 여당이 원칙없이 친북세력을 영입함으로써 야기시키고 있는 혼란은 이 나라의 위상에 대한 정치권의 착각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준다.
현 정부의 개혁은 총체적인 구도를 갖지 않고 찰나적 영합주의로 진행돼 결과적으로 국력을 소모했다. 정부가 외교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 사려깊은 국민들은 전혀 긍정적인 판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정부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총리,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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